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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 교사 자격·처우 통합 '숙제' 어떻게..."양성 시스템부터 통합을"

입력
2023.04.24 11:30
수정
2023.04.24 16:5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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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SWOT 보고서]
①공정한 출발선은 가능한가
유보통합 최대 난제 교사 자격·처우 통합
전문가들 "양성체계 학과제 상향 필요"

편집자주

유보통합부터 대학개혁까지. 정부가 교육의 틀을 다시 짜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한국일보는 교육계 전문가 13명에게 이번 정부 교육개혁 정책의 기대효과와 부작용, 위기와 기회 요인(SWOT)을 물었습니다. 공정한 출발선은 가능할지, 잠자는 교실은 일어날지, 대학을 위기에서 구해낼 방법은 무엇일지 5회에 걸쳐 분석합니다.

6일 서울의 한 국공립 유치원에서 원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 원하는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6일 서울의 한 국공립 유치원에서 원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 원하는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4년제 대학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A(32)씨는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직장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을 거쳐 지금은 공립 유치원 교사로 일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일할 기회가 있었던 A씨가 공립유치원을 선택한 건 적성보다는 처우 때문이다. 4년제 사범대를 나온 임용고시 합격자는 9호봉 교원 봉급(올해 215만 원)부터 시작해 40호봉을 채우면 수당을 제외하고 월 567만 원을 받는다. 반면 똑같이 2급으로 시작하지만 보육교사는 1호봉(월 209만 원)부터 경력을 쌓고, 최대 30호봉(월 357만 원)이 상한선이다. A씨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노력하고 고생한 끝에 공립유치원 교사가 됐는데, 자격이 일원화되면 내 처우는 오히려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4년제 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B(41)씨는 1년간 보육교사 양성과정을 공부해 3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1급 보육교사 자격을 갖고 있다. B씨는 "어린이집은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아이들을 돌봐야 하지만, 유치원은 오후 2시 30분이면 방과 후 과정이 시작돼 교사가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도 수업 준비할 시간이 있다면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내가 가진 미술 교원 자격증이 유치원 교원 자격에 밀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유치원과 보육교사 모두 새로운 자격증을 따게 해서 통합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했다.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으로 출범하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기관은 기존 교사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핵심 과제다. 이는 또한 유치원 교사 5만3,000여 명과 23만6,000여 명의 보육교사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교사의 양성 기관, 양성 과정, 자격 체계가 서로 다르고 복잡하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졸업 이상, 2~4년의 학과 중심 교육으로 육성되고, 보육교사는 전문대학 이상의 학교에서 보육 관련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2급 자격을 얻는다. 고졸 이상 학력이면 1년짜리 보육교사 양성과정을 거쳐 3급 자격을 얻을 수도 있다.

교사 자격의 통합 개편은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띄웠던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풀지 못한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출발선 평등'을 위해선 교사 자격 통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보통합의 첫출발은 어느 기관에 가든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므로, 교사의 자격, 교육 역량, 처우는 같은 수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12일 서울의 한 가정어린이집에서 0세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놀이활동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2일 서울의 한 가정어린이집에서 0세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놀이활동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문제는 '현직 교사들의 자격은 어떻게 하느냐'다. 양성과정을 유아교육 중심으로 설계하면 보육교사들은 보수교육을 받아야 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보수교육을 온라인 등으로 이수하도록 하면 유치원 교사들이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교사 자격을 0~5세 담당으로 일원화할지, 0~2세와 3~5세로 이원화할지를 두고도 유아교육계와 보육계는 충돌하고 있다.

통합된 교사 처우를 어느 수준으로 맞출지도 관건이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자격 통합은 유치원 교사 자격 남발로 이어지고 결국은 교사 처우가 하향 평준화할 수밖에 없다"(나윤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유치원 위원장)고, 보육교사들은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많은데,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처우를 끌어올리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다"(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고 우려한다.

현직 교사의 자격·처우 문제로 당장 화학적 결합이 어렵다면, 우선 양성체계만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행 교사의 자격과 처우는 일정 기간 유지하되 양성체계 통합으로 향후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단기 양성과정을 없애 학과제로 양성체제를 개편하고 교사들이 장기 근속할 수 있는 안정적 노동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희 대구대 교수는 "일반 유치원 교사 양성과정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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