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폭 10㎝이하 개정 전 건축승인
건물주 뒤늦게 "난간 촘촘하게 보강"
생후 27개월 아이가 20여m 지하로 추락해 숨진 대구의 한 호텔 비상계단 난간 폭이 2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에선 건물 내부 난간 폭을 10㎝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호텔은 규정 변경 직전 건축 허가를 받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측은 뒤늦게 "난간을 촘촘하게 보강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과실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17일 추락 사고가 난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을 찾아 확인한 결과, 비상계단 3층과 4층 사이 난간 폭은 27.5cm로, 체격이 작은 성인 한 명도 통과할 수 있는 폭이었다. 영유아 발달표에 따르면, 생후 27개월의 가슴 너비는 20㎝ 정도다. 난간 폭이 촘촘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뜻이다. 실제 실내 건축의 구조·시공방법 등에 관한 기준 6조에 따르면 "실내 공간의 난간은 영유아 및 어린이가 짚고 올라갈 수 없는 구조로 하되 난간 사이 간격이 있는 경우 그 간격은 10cm 이하로 한다"로 돼있다.
하지만 전날 사고가 난 호텔은 관련 규정이 바뀌기 두 달 전인 2015년 8월 건축허가를 받아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대구 수성구 관계자는 “사고 이후 관련 규정을 살펴보니 난간 폭이 10㎝ 이하로 강화되기 두 달 전 건축허가를 받아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건물에서 난간 사이로 추락 사고가 일어난 건 처음이고, 관련 민원이 접수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대형 주차장과 연결돼 있고, 호텔과 예식장에 대형 키즈카페까지 입점해 있다. 또 수성유원지 인근이라 평소 영유아를 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 전날과 같은 사고 발생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사고 위험이 있는 건물에 대해 안전기준을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 시민연합 대표는 "사고 위험이 있어 규정을 강화했으면 그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도 소급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호텔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호텔 관계자는 이날 "내부적으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으나 난간을 더 촘촘하게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비상계단에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성구도 뒤늦게 호텔 측에 난간 보강을 요청했다.
경찰은 숨진 아이 아버지가 한 손에 짐을 든 채로 계단 철문을 열기 위해 잠시 아이와 잡은 손을 놓은 직후 사고가 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건물의 건축대장과 등기부등본 등 서류를 참고해 건물 용도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호텔 측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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