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올 시즌 상ㆍ하위 타선의 컨디션이 극명하게 갈렸다. 김민혁으로 시작해 강백호, 앤서니 알포드, 박병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하위 타순의 무게감이 떨어지면서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주전 외야수 배정대, 내야수 황재균 등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탓이다. 급기야 16일에는 ‘제3 포수’ 강현우를 1군으로 올렸다. 타격감이 좋은 ‘제2 포수’ 김준태를 지명타자로 활용하고 강현우를 ‘주전 포수’ 장성우의 뒤를 받치게 해 하위 타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KT 하위 타선이 폭발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입증했다.
KT는 이날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15안타를 폭발하며 14-2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은 ‘이적생’ 김상수(33)가 하위 타선을 이끌었다.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상수는 1회말 1사 1ㆍ3루에서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4회엔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생산했고, 5회에도 내야 땅볼로 타점을 올렸다. 3타수 2안타 3타점.
김상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근 팀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며 “(1회) 중심 타선이 집중타를 날리는 상황이라 더욱 집중해서 타격에 임했다. 적극적으로 타격하려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경기를 복기했다.
이적 후 가장 달라진 점은 뭘까? 김상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난 KT가 원해서 이 팀에 온 선수다. 코치진도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기에,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 시절엔 팀내 최고참 급이었지만, 지금은 박경수 박병호 황재균 신본기 등 선배들과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중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김상수는 “예전(삼성)엔 내가 많은 얘기를 하는 위치였는데, 여기선 내가 형들 얘기를 많이 듣고, 내가 동생들에게 해줄 조언은 해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KT는 고참 선수와 젊은 선수 간 융화가 잘 되는 것 같다. 형들도 앞에서 잘 끌어주고, 동생들도 잘 따라와 준다”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200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김상수는 줄곧 삼성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4년 총액 29억 원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개막 직후 타율이 0.240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시즌 타율을 0.282까지 끌어올렸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KT 내야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상수는 "작년이나 재작년보단 시즌 초반 타격 페이스가 좋아 어느 정도 만족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적하면서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하락)라는 평가를 지우고 싶었다”면서 “지금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내야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끝났다’고 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다”라며 더 좋은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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