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정부군-반군 정면 충돌
4년 전 독재정권 몰아낸 쿠데타 '동지'서 '적'으로
반군 전력 정부군과 비슷해 내전 격화 가능성
지난 4년간 독재정권 축출과 과도정부 수립, 또 이를 무너뜨리는 군부 쿠데타가 연이어 발생해 정정 불안이 끊이지 않았던 수단에서 이번에는 정부군과 반군의 대규모 무력 충돌이 일어났다.
반군인 신속지원군(RSF) 민병대는 거대 자금력을 바탕으로 10만 명의 병력을 보유한 거대 군벌이라, 이번 충돌이 자칫 수단의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소 56명 사망...600명 부상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곳곳에서 정부군과 반군인 RSF 측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최소 56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600여 명에 달한다.
이번 충돌은 반군인 RSF 측이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하르툼을 공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RSF는 교전 직후 "대통령궁과 육군 참모총장 관저, 국영 방송국, 국제공항 등 하르툼 주요 시설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투기를 동원해 도시 곳곳을 폭격하며 반격에 나선 정부군 측은 "군사 지휘부와 대통령궁 등 모든 전략시설은 정부군 통제하에 있다"며 반군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계속되는 동안 하르툼 전역에서는 총성과 폭발음이 들렸으며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사람들이 피란하는 모습이 현지 방송 화면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하르툼 국제공항에 착륙해 있던 사우디아라비아 민간 항공기도 폭격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하르툼행 국제선은 대부분 결항됐으며 이웃국 차드는 수단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양측의 무력 충돌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군을 이끌고 있는 압델파타 부르한 육군 참모총장은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군 측이 현명하다면 하르툼에 들어온 군대를 철수할 것"이라면서 "군 주둔이 지속된다면 다른 지역 병력을 하르툼에 추가 투입하겠다"고 경고했다. RSF를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도 부르한 육군 참모총장을 '범죄자'로 칭하며 "당신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고 있다. 사법 당국에 넘기거나 개죽음을 당하게 하겠다"며 전투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번 사태 왜 벌어졌나
RSF는 인종 종교 갈등으로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수단 다르푸르 사태 때,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잔자위드 민병대를 시초로 하고 있다. 다르푸르 지역에서 나오는 금 채굴 산업을 독점하고 이웃 국가인 차드, 리비아 등과의 무역에도 간섭하며 막대한 군자금을 모아 군세를 키웠다. 현재 병력이 약 10만 명에 각종 중화기로 무장해 정부군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지역 군벌로 성장했다.
특이한 점은 현재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정부군과 RSF 측이 원래는 지난 2019년 30년 가까이 수단을 지배한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하는 쿠데타를 함께 일으킨 '한편'이었다는 점이다. 정부군 측 부르한 육군 참모총장과 RSF를 이끄는 다갈로 사령관은 지난 2021년에도 민과 군이 공동으로 설립한 과도정부를 무너뜨리는 쿠데타를 일으켜 군부 독재를 강화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둘은 민간 정부로의 정권 이양 시기와 방법, 특히 RSF의 정부군 편성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결국 정면 충돌하고 말았다. 부르한 육군참모총장은 2년 안에 RSF를 정부군에 통합할 것을 요구했지만, 다갈로는 10년을 주장하며 사실상 정부군 통합을 거부했다. 군부 최고 실권자들이 누가 수단 새 군대의 최고 권력자가 될지를 놓고 권력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사실상 내전...멀어진 수단의 민주화
정부군과 RSF의 전력이 엇비슷한 만큼 이번 무력 충돌이 사실상 수단 내전의 시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군이 전투기를 동원해 수도 방어에 성공하는 모습이지만 다르푸르를 포함한 수단 거점 곳곳에 RSF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군부 내 두 실력자의 충돌로 민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해, 수단에 민주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당초 계획도 흔들리고 있다. 수단 군부와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민간 주도 과도 체제 도입과 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 등에 합의했지만 군부 간 무력 충돌로 합의가 이행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수단이 내전 위기에 휘말리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는 한목소리로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모든 당사자는 폭력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무사 파키 무함마드 아프리카연합위원회(AUC) 등도 양측의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 역시 성명을 내고 "수단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교전 중단을 위한 즉각적인 조처를 촉구했다.
다만 러시아가 아프리카 광물 확보 등을 위해 그동안 민간 용병 단체 '와그너 그룹'을 통해 RSF 측과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수단 내전 격화 시 반군 측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WSJ는 와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아프리카에 지속적인 병력 투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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