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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 극단적 선택 몰고 간 장수농협 직장내 괴롭힘..."킹크랩 사와" 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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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 극단적 선택 몰고 간 장수농협 직장내 괴롭힘..."킹크랩 사와" 사실로

입력
2023.04.16 16:27
수정
2023.04.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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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상급자 4명 조직적 괴롭힘 확인
장수농협은 고인의 신고 은폐·조작
가해자 측 공인노무사는 비밀 누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결혼한 지 3개월 된 30대 청년이 지난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전북 장수농협의 조직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4명의 상급자가 괴롭힘에 가담했고, 장수농협은 고인의 신고를 은폐·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장수농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해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장수농협은 지난해 12월 문제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에서 '혐의 없음' 판단을 내렸는데,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1월 12일 장수농협 30대 직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수면 위로 부상했다. A씨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했다'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가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등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다. 유서에는 괴롭힘을 주도한 상급자에 대해 '축하한다, 매일 괴롭혀 그만두게 한 직원들까지 이제 내가 5번째다' 같은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A씨에 대한 괴롭힘은 조직적이었다. A씨가 주말근무 대체를 요청하자 여러 상급자들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 사비로 킹크랩을 사오라"고 강요했으며, 실제로 A씨는 전북 장수군에서 서울까지 이동해 27만5,000원 상당의 킹크랩을 구매해야 했다. 폭언과 모욕도 이어졌다. A씨가 결혼식 날짜를 잡자 축하 대신 "5만 원만 내고 온 가족을 대동해 뷔페를 쓸어버리겠다"는 등 비아냥을 쏟아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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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다 못한 A씨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자 장수농협은 A씨에게 내부 전산망 접속이 안 되는 PC를 주는 등 전례 없는 부당 업무명령을 내렸고, 오히려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 가해자와 친분이 있는 공인노무사를 선임해 편향적인 조사도 진행했다. 조사 내용은 모두 가해자 측에 흘러 들어갔고 해당 노무사와 장수농협은 A씨의 신고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법으로 금지된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물론 집단적·조직적 괴롭힘과 은폐가 자행된 셈이다. 이런 자체 조사 결과를 확인한 A씨는 결국 사무실 근처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밖에도 장수농협의 노동관계법 위반은 심각했다. '공짜노동'으로 떼먹은 연장근로수당이 3년간 4억 원이 넘었고,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 위반 횟수도 293회나 됐다. 일부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산후 1년 미만 여성 직원에게 휴일근무를 시키기도 했다.

고용부 전주지청은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6건은 형사 입건했고, 총 6,7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괴롭힘 행위자 4명은 장수농협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비밀을 누설한 공인노무사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동현장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농협·수협에 대한 기획감독도 엄정히 실시한 뒤 결과를 공표하겠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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