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석연구원]
"시험비행조종사는 조종사-엔지니어 통역사"
KF-21 최초 무장 분리 임무 성공의 주역
“시험비행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무섭다 하는 개인적인 두려움이 아닙니다. 나 하나의 실수로 수조 원이 투자된 KF-21의 명성에 흠이 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이동규 수석연구원은 KF-21의 시험비행조종사(test pilot)다. 공군사관학교 생도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하늘을 날았다. 시험비행조종사로만 20년 이상 임무을 완수해 온 베테랑이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었지만, 이번 KF-21 개발에 담긴 상징성과 무게감이 워낙 크다 보니 그가 견뎌내야 할 긴장의 강도가 이전과는 달랐다. 우리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열어 간다는 자부심에 의욕이 넘치면서도 영공수호의 막중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13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한 시간가량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먼저 ‘시험비행조종사’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 수석연구원은 “설계 엔지니어와 실제 항공기를 운용할 조종사 사이의 통역사”라고 설명했다. 설계와 비행 모두 항공기를 대상으로 임무를 수행하지만 관점이나 분야별 전문성이 달라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중간에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자연히 비행 목적도 일반 조종사와 차이가 있다. 개발 과정에서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일이기에 훨씬 위험하기 마련이다. 그는 “조종사가 만족하는 비행보다는 엔지니어의 목적에 맞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비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숙달된 비행보다 다양한 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경공격기 FA-50의 기본형인 훈련기 T-50 개발 때부터 시험비행에 참여했다. 지금은 KF-21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KF-21 시제기를 만들기에 앞서 실물의 특성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개발하는 시뮬레이터 제작에도 관여했다. 그는 “가상으로 경험했던 KF-21이 실제 비행에서 어떤 특성을 나타낼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는데, 막상 실제 항공기를 조종해보니 시뮬레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람을 느꼈다”고 웃음 지었다.
이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28일 KF-21에서 처음으로 무장을 분리하는 시험에 나서 성공적으로 마쳤다. KF-21 동체 하부에 장착된 미티어 공대공미사일을 밀어내는 방식이다. 그는 “시험비행조종사라면 중요한 이벤트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최초 무장 분리 시험을 담당한 것은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썩 반갑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첫 무장 분리 시험인 만큼 관심이 지대했다"면서 “제 실수로 시험이 실패할 경우 (무장 분리 시험에) 사용된 무장은 그대로 낭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험비행에 대해 △도전의 연속이자 △비행 때마다 긴장감을 유지하고 위험을 극복하면서 △개발하는 모든 분야별 노력의 총체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시험비행조종사의 복잡한 심경을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국산 무기가 ‘K-방산’이라고 불리며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역할에 따라 더 불을 붙일 수도, 반대로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로 만든 전투기에 국산 무기를 장착해 '완전체'로 만드는 꿈 같은 장면도 볼 수 있을까. 그는 “항공기(KF-21)의 전반적인 조정 특성이 검증된다면 (국산 무기) 장착과 운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항공기와 무기가 ‘메이드 인 코리아’로 갖춰지면 해외 패키지 판매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방위사업청은 국산 무기들을 KF-21에 단계별로 체계통합해 운용하는 중장기계획을 세웠다. 이미 완성된 한국형 GPS(위성항법시스템) 유도폭탄 KGGB와 ‘한국형 타우러스’로 불리는 천룡 공대지미사일이 대표적이다. 개발에 착수한 ‘공대함-II 유도탄’과 한국형 단거리·중거리공대공미사일도 KF-21에 장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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