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종식" 말하지만.. 정작 '사회적 합의 기구'는 교착상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개 식용 종식’을 언급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전해졌습니다. 이후,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발의를 공식화했습니다. 1년 6개월 가까이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는 개 식용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난 11일, 김 여사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습니다. 전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자신이 동물 관련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실을 언급하며 “동물학대 장면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개 식용 종식’이 대화의 주제로 떠올랐고, 김 여사도 이에 대해 언급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비록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김 여사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개 식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개 식용 금지 법제화’를 거론했습니다. 김 여사가 진행한 비공개 간담회 이틀 만인 13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민석 정책위원회 의장이 이 주제를 꺼냈습니다. 김 의장은 "개 식용 문제에 대한 논의를 끝낼 때가 됐다"며, "개 불법 사육, 도축, 식용을 금지하고, 관련 상인의 안정적인 전업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의장은, "반려동물 시대, 한류 시대이며 부산 엑스포 추진 등 각종 대형 행사를 앞둔 상황"이라고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김 여사의 비공개 발언을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국격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데 정부 여당, 특히 대통령실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김 의장의 발언 하루 만인 14일에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개·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사용·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김 여사를 비롯해 여야가 동시에 ‘개 식용 종식’ 추진 의지를 밝히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13일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반려동물 복지를 위해 우선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 개 식용 종식”이라며 법안 추진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개 식용 종식 의지 자체는 반갑지만, 다소 즉흥적인 발언들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근거가 단편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개 식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좋지 않으니 금지해야 한다’는 발의 취지가 지나치게 1차원적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김민석 의장은 추진하는 법안을 ‘손흥민 차별 방지법’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향해 영국 축구팬들이 ‘개고기를 먹는 한국’이라며 인종차별성 조롱을 가하고 있는 점에 착안한 작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개 식용 산업 자체가 이미 불법성을 갖고 있고, 동물복지에 맞지 않는 비인간적 행태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면서도 “개 식용 종식을 언급한 것에 의미가 있으니, 발언에 책임을 져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국회 밖에서도 개 식용 종식 논의는 진행 중이지만, 협의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2021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개 식용 문제 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이 ‘영업 중단에 따른 보상금’을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동물단체들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위원회에 참여 중인 동물단체 관계자는 “현행법상 불법행위만 정부가 의지를 갖고 단속해도 개 식용 산업은 존속이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개 식용 문제 위원회는 임기 종료를 정하지 않고 의논을 계속 진행 중입니다.
합의의 여지가 안 보이는 가운데 대통령 부인이 ‘개 식용 종식’을 언급하고, 국회에서도 입법을 천명하며 개 식용 논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우리 사회의 갈등을 빚어온 개 식용 논쟁이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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