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주지사, 상·하원 통과 법안 서명
백악관 "6주면 임신 사실조차 몰라" 비판
'먹는 낙태약' 항소심 "제한된 처방만 허용"
법무부 "일부만 수용... 대법원 상고할 것"
미국 플로리다주(州)가 임신 6주 이후 여성의 낙태(임신중지)를 금지했다. 현재 낙태 금지 하한은 임신 15주인데, 보수 세력 입김을 반영해 이를 더 강화한 것이다.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주장해 온 진보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별개로, '먹는 낙태약' 허용 여부 문제도 법원 간 엇갈린 판단 끝에 결국 연방대법원으로 향했다. 어느새 이념 논쟁의 지표가 돼 버린 여성의 '낙태권'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분열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플로리다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 법안 통과
13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안에 이날 서명했다. 이 법안은 이달 초 플로리다주 상원과 전날 하원을 차례로 통과했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주에선 임신 15주 이상인 현행 낙태 금지 하한이 6주로 대폭 낮아지게 됐다. 단 성폭행·근친상간 등에 따른 임신의 경우엔 임신 15주까지 낙태가 허용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했었다. 하지만 최근 금지 하한을 두 차례나 잇따라 내리며 부쩍 '우클릭' 행보를 걷고 있다. 현행 '15주 이후 낙태 금지'도 의사 진단서와 경찰 보고서 등 서류 제출 같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사실상 임신중지 전면 금지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과 낙태 찬성론자들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법안 통과 후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자유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며 "공화당은 낙태 금지 시도로 기본적인 자유를 해체하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 6주는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에도 힘든 시기라며 "플로리다 가임 여성 400만 명과 남부 전역에 있는 '임신중지 금지 주'에 사는 여성 1,500만 명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먹는 낙태약' 소송 항소심 법원 "병원 방문 처방해야"
'먹는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 판매를 둘러싼 법정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제5연방항소법원은 지난 7일 텍사스주 연방법원이 내린 '미 식품의약국(FDA)의 미페프리스톤 승인 취소' 명령을 일부 보류하라고 12일 결정했다. 사실상 낙태 반대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텍사스 법원 결정에 일단은 제동을 건 것이다.
텍사스주 연방법원 판결은 23년 전인 2000년 FDA의 승인을 취소하라고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렀다. 미 법무부는 즉각 "기이하고 전례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항소했다. 제5연방항소법원은 일단 "FDA의 승인 결정은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2016년의 규제 완화 조치는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페프리스톤을 구입하려면 2016년 이전처럼 병원을 직접 방문해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항소심은 또, 약의 사용 가능 기간도 지금의 '임신 10주까지'에서 '임신 7주까지'로 낮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종의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연방대법원 상고 방침을 밝혔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항소심 결정에 대해 "우리의 주장을 일부만 받아들인 만큼, 대법원에 긴급 구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먹는 낙태약' 문제도 대법원으로 공이 넘어가면서 당분간 논쟁이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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