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여성' 의원 사퇴 요구에... 펠로시 "아픈 남성한텐 안 그러잖아!"

파인스타인 의원, 대상포진 걸려 회의 불출석
판사 인준 절차 지연에 일부 의원 "사퇴하라"
"늙고 병든 여성한테만" 당내 성차별 비판

미국 최고령 현역 의원인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89) 상원의원. AP 연합뉴스

미국 최고령 현역 의원인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89·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을 향한 사퇴 요구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서 때아닌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당 동료이자 여성인 낸시 펠로시(83) 전 하원의장이 "남성 의원을 그렇게 쫓아내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미 CNN방송과 의회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법사위원회 소속인 파인스타인 의원은 지난 2월 대상포진 등 '건강상 문제'로 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판사 지명 절차 등이 지연되자, 민주당 내에선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민주당 로 칸나 하원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파인스타인 의원은 총기 폭력과 여성 문제에 대한 아이콘이었지만, 언제 복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의 부재로) 여성의 권리와 투표권이 공격받는 현 상황에서 판사들을 인준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딘 필립스 하원의원도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측정하기 어려운 공헌을 한 훌륭한 미국인"이라면서도 "그가 상원에 남아 있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이에 대해 침묵하는 사람들 역시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그러자 펠로시 전 의장이 나섰다. 파인스타인 의원을 겨냥한 두 남성 의원의 공개적인 사퇴 요구를 '성차별'이라고 공개 비판한 것이다. 펠로시 전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파인스타인 의원을 쫓아내는 정치적 이유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상황"이라며 "그들(남성 의원들)이 아픈 남성 상원의원을 그런 식으로 쫓아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파인스타인은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고도 했다.

또 다른 여성 하원의원인 노마 토레스 민주당 의원도 거들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여성이 늙거나 아프면 남성들은 재빨리 옆으로 치워버리고, 남성이 늙고 아프면 그들은 승진한다"며 비꼬는 글을 올렸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오자 "내 부재가 법사위의 중요한 업무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복귀할 때까지 다른 상원의원이 임시로 위원회 업무를 수행하게 해 달라고 원내대표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차기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