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428억 약정인데 20억 안 주나" 의문 제기
검찰 "김용, 알리바이 '만든다'고 표현" 보석 반대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2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에게 20억 원을 요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13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을 열고 '대장동 일당'인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 각종 특혜를 주고 2021년 4~8월 4차례에 걸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회계사는 이날 "김씨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는 '형들'에게 준다고 했고, 이는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을 의미한 게 맞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에 "2021년 2월 김씨로부터 정 전 실장에게 20억 원을 요구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나"라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20억을 요구한 명확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고 (김만배가) 그냥 욕을 하면서 안 주겠다 정도의 얘기를 했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화를 냈고, 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 회계사 답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표 측근들에게 대장동 수익을 나눠준다는 이른바 '428억 원 약정'이 실재한다면, 김씨가 왜 정 전 실장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느냐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계산상 428억 원의 3분의 1인 140억 원 정도는 정진상에게 가야 하는데, 20억 원을 안 주겠다는 건 안 맞는 얘기 아닌가"라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이에 "당시 김만배 입장에선 겁을 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지분 이야기를 계속 거론하자 김 전 부원장 변호인은 "두 사람을 끼워서 질문하는 것은 좀 (부적절하다)"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부원장에 대한 보석 심문도 진행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1차 현금 수수 시기를 최근 갑자기 바꿨다. 교도소 밖에서 효율적인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보석을 요청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 전 부원장과 정성호 민주당 의원의 접견 내용을 거론하며 "'알리바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변호사랑 잘 상의해 봐'라는 말을 했다"며 "억울한 일반인에게는 하지 않을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당시 접견 내용을 보면 유동규에 대한 음해성 정보를 취합해 달라는 얘기도 있다"며 "조직적인 위해 우려가 현존하는 만큼 구속 상태에서 심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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