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선 긋기'보다 지도부 공세 차단 부각
洪 "이참에 욕설 목사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
윤리위원장 임명… '전광훈 발언' 김재원 징계 주목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최근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논란에 미온적"이라며 당 지도부를 공격해 온 데 따른 조치로 읽힌다. 홍 시장이 곧장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반발하면서 당 내홍이 심화될 조짐이다. 혼란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취임 1개월 차인 김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기로에 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논의 결과 홍 시장 해촉을 결정했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것이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구체적인 해촉 배경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전 목사 관련 홍 시장의 발언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최근 당 지도부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을 한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 조치 및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에 미온적이라며 "(전 목사) 눈치나 보고 있다" 등 비판을 연일 쏟아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고 사실상 홍 시장을 저격했다.
홍 시장 해촉을 두고 당내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전날 열린 중진의원과의 연석회의에서 "전 목사 손아귀에 움직이는 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듣고도, 김기현 지도부가 '전 목사 선 긋기' 대신 지도부를 향한 공격 차단에 더 신경 쓰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한 다선 의원은 "홍 시장 해촉은 중진들과의 자리에선 안 나왔던 내용"이라며 "갑작스러운 조치인 탓에 '대통령실 등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홍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 당사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다?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고 김 대표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나는 이 팀이 아니라 어차피 내년에 살아남는 사람들과 함께 나머지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윤석열계에서도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이준석 전 대표)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느냐"(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등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 확보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당내 비판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다만 이날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 당무감사위원장에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가 임명된 만큼, 윤리위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김 최고위원 징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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