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정부 "현행 제도, 석탄시대 유물" 개정안
결혼·미혼 커플 모두 '아이에 공동 성씨' 가능
성 선택권 넓히고 개명 절차도 대폭 간소화
현재 독일에서는 A와 B가 아이를 낳으면, 두 사람 중 한 명의 성(姓)만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다. 자신의 성을 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으로선 아쉬움이나 불만을 느낄 법하다.
독일 정부가 이를 '시대에 뒤떨어진' 불합리한 성씨 제도로 보고 대수술에 나선다. 부부가 된 두 사람은 물론, 이들의 아이도 '두 개의 성'을 함께 쓸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착수한 것이다. 혼인 신고를 한 부부는 물론, 결혼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낳은 커플에도 똑같이 적용할 방침이다.
독일 연방 법무부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법 개정안 초안을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부부 성 함께 쓰기'를 가능하도록 해 이름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을 넓히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관련 절차도 간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독일의 현행법은 오늘날 나타나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하며, 국제사회와 비교해도 한계가 많다"고 밝혔다. 마르코 부쉬만 법무부 장관은 "(현 제도는) 석탄시대 법처럼 낡았고, 콘크리트처럼 유연하지 않다"고 일갈했다고 독일 언론 벨트 등은 전했다.
혼인했든 안 했든... 커플 성, 붙였다 뗐다 '자유롭게'
개정안에 따르면, 부부는 둘의 성씨를 조합한 공동 성씨를 함께 쓸 수 있다. 지금은 결혼 전 본인의 성을 그대로 쓰든, 배우자 성을 새로 선택하든, 한 가지만 사용해야 한다. 공동 성씨를 쓰다가 이혼하면 다시 원래의 성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다만 한 명당 두 개의 성만 조합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뒀다. 두 개의 성씨를 가진 이들이 결합하더라도 '2+2'로 '네 개의 성씨'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성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두 사람의 성씨를 자녀에게 함께 물려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혼인 커플뿐 아니라 비혼인 커플도 마찬가지다. 공동 성씨를 자녀에게 물려줬다가 헤어질 경우, 양육권을 가진 한 사람을 따라 자녀 성을 바꿔도 된다.
입양돼도 기존 성 그대로... "자녀에도 선택할 자유"
부부뿐 아니라 자녀의 선택권도 확대된다. 친부 또는 친모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서 의붓아버지 또는 의붓어머니 성을 쓰게 된 자녀의 경우, 부모가 이혼했을 때 기존의 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현행법은 자녀가 일단 성을 바꾸면 부모의 혼인 파탄 때에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입양과 관련한 부분도 수정됐다. 성인 입양 시에도 피입양인이 입양인의 성을 따르도록 한 현 제도와 달리, 개정안은 피입양인이 △기존 성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기존 성과 입양인의 성을 조합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개명 절차 역시 간편해졌다. 관할 당국에 요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던 종전 제도를 이제 신고만 하면 되도록 바꾼 것이다. 법무부는 16개 주(州) 등에 이달 말까지 의견 제출을 하라고 요청했다. 법이 시행되려면 의회 논의 및 승인을 거쳐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