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에 담당 검사들 직무유기로 고발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대검에 진정

동해안납북귀환어부 생존자 및 유가족들이 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남북귀환어부 재심공판 검찰 직무유기 규탄'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지수 기자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납북귀환어부들이 재심 공판 첫날 기일 변경을 요청한 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은 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재심 담당 검사의 직무유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찰청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주문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한 해당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피해자모임은 동해안에서 납북돼 북한에 억류됐다 귀환한 뒤 간첩죄로 십수 년 옥살이를 해야 했던 어부들 단체다.
피해자모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1일 춘천지법에서 재심 첫 공판에 참석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7일 이들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하고, 2월 3일 춘천지검 공판검사에게 첫 기일을 통지했다. 하지만 검찰 측이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기일 연기를 신청하면서 첫 재판은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새벽부터 법정을 찾은 최고령 김영택(93)씨를 포함한 생존 귀환어부 20여 명은 피고인석에 앉아 보지도 못한 채 귀가해야 했다.
김춘삼(68)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 대표는 이날 "재심 개시 결정 5개월 뒤 열린 공판에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열여섯에 시작한 재판을 오늘날까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횡포에 불쾌하다"고 밝혔다.
재심 당사자 김영수(70)씨는 기자회견 발언자로 나서 "50년 전 아버지 생일상을 차려드리려고 돈을 벌고자 오징어를 잡으러 갔다가 납북돼 1년간 억류됐다"며 "속초항에 돌아왔으나 바로 끌려갔고 폭행과 고문이 시작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십수 년 옥살이한 그가 출소했을 땐 김씨 부모는 이미 화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김씨는 "담당 검사의 무책임한 행동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우리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이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재심 사건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진정서를 통해 "지난해 8월엔 춘천지법에서 재심 재판 중 공판검사가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고 심문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며 검찰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진실화해위가 직권조사 결정을 내린 대상자만 982명으로,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재심 무죄를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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