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역불균형 문제를 '공정'의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선언한 후 문화 분야에서 나온 종합대책이다.
사실 문화는 '지역 활력의 플랫폼'이다. 지역소멸에 직면한 거의 모든 지역이 정주민과 방문객 확대를 위해, 그리고 청년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문화 인프라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원도, 재원도 부족하다.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골든타임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지역문화정책 발표는 시의적절했다. 내용 면에서도 지역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려 한 고민이 엿보였다.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내용이 많았다.
필자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정책은 '15분 슬세권(편한 복장으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역)'을 표방하면서 도서관을 지역문화 거점으로 지정한 것이다. 기존 문화시설들을 활용하여 동네 문화공간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은 지역발전에 성공한 도시의 지향과도 일치한다. 우리도 이제 뉴욕공립도서관, 시애틀공립도서관, 다케오시립도서관 같은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는 도서관이 여기저기 탄생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걸어본다. 2027년까지 서점, 갤러리 등을 포함해 문화 슬세권 약 1만 개를 조성한다는 데 숫자만이 아닌 질적으로도 차별화된 문화공간이어야 지역발전의 거점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문화시설 6개를 비수도권에 설립·이전하는 정책도 함께 발표했는데 사실 이런 굵직한 문화시설들은 좋은 문화인력들과 결합할 때 그 빛을 발한다. 이런 면에서 이번 발표에 지역문화 기획자 양성 등 인력양성 계획을 함께 담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이번 정책에 담긴 지역활력타운 조성, 생활인구 유입, 지역문화매력 발굴, 국립예술단체의 지역순회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들은 지역 단위에서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사업 간 연결과 시너지를 매개하는 지역 인력이 꼭 필요하다.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풍성한 지역일수록 좋은 인력들이 모인다. 시애틀, 오스틴, 포틀랜드 등 뉴노멀의 시대에도 성장을 구가하는 미국 도시들도 그 이전 20년 동안 좋은 인력과 좋은 동네, 차별화된 문화에 투자한 뒤에야 '잘나가는'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 지역문화는 지역만이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번 지역문화 정책 발표를 기점으로 지역문화에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지역소멸의 물꼬가 바뀌는 '방조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간척지의 방조제가 국토의 면적을 넓히듯 지방문화의 구축은 지역에 좋은 인력을 끌어들여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