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12년 만 복귀 앞둔 시리아
'캡타곤 밀매 중단' 카드 내밀 가능성
알아사드 정권 '돈줄'... "포기 안 할 것"
중동 마약 네트워크의 '큰손'인 시리아가 마약을 미끼로 국제 무대 복귀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년 넘는 내전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마약 수출 중단'을 협상 카드로 내세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주변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의 진심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십 년간 정권의 '돈줄'이었던 마약 산업에서 손을 떼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12년 만에 국제 무대 복귀 노리는 알아사드
미국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이웃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시리아에 '캡타곤'은 협상을 좌우할 주요 안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난한 자의 코카인'으로도 불리는 캡타곤은 시리아가 최대 생산국이다. 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시리아는 12년 만의 '아랍연맹' 재가입 등 국제 무대 복귀를 노리고 있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아랍연맹에서 퇴출된 상태다. 이에 아랍국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캡타곤 밀매 중단'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CNN의 설명이다.
24년간 시리아를 철권 통치해 온 알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2월 대지진을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 등 아랍권 국가 수장과 잇따라 만나는 등 아랍국과의 관계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앙숙' 사우디와의 협상에 캡타곤이 열쇠?
캡타곤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 이탈리아 등 유럽까지 퍼져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이 '캡타곤법(Captagon Act)'을 제정해 알아사드 정권과 연계된 캡타곤 밀매입을 "초국가적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을 정도다.
시리아의 오랜 앙숙 사우디는 시리아산 캡타곤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지난해 9월 밀가루로 위장한 암페타민(캡타곤의 주 성분) 4,700만 정이 적발됐다. 캡타곤 중독 비율이 치솟아 '중동의 마약 수도'란 오명까지 얻자 사우디는 대대적인 캡타곤 밀매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캡타곤이 사우디와 시리아 관계 정상화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뉴라인스연구소의 캐롤라인 로즈 연구원은 "시리아 정권은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는 상대국에 캡타곤 밀매를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외화벌이 노다지 캡타곤... 포기 가능성은 희박"
시리아가 캡타곤 밀매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회의론도 많다. 10년간 내전으로 경제가 파탄나자 시리아는 캡타곤 생산과 수출에 사활을 걸어왔다. 알아사드 정권이 캡타곤 수출로 손에 쥔 돈이 570억 달러(한화 75조 원)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한해 캡타곤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60억 달러(8조 원)에 달하는 '노다지'를 제 손으로 버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정권 최측근이 마약 산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동생 마헤르 알아사드가 지휘하는 군대가 캡타곤 제조와 수출을 통제한다. 반다 펠밥 브라운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알아사드 정권으로선 중요한 수입원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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