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4곳, 서울 5배 면적에 의원은 단 1명
'거대 지역구'는 지방소멸·대표성 감소 우려
대도시 의원도 "구청장보다 현안에 매달려"
“경북 북부 지역은 거짓말 보태서 소가 사람보다 많다. 원래 그런 곳이 아니었다. 대표성이 적어지니 인구 유입이 안 되는 것이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경북 안동·예천)
“‘거함산합’이라고 들어봤나. 거창·함양·산청·합천 4개 군이 1개 선거구다. 농산어촌은 지역이 넓어 대표성에 한계가 있고, 대도시는 국회의원이 많아 대표성이 중복된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갑)
10일 시작된 선거구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지역구 선거를 소선거구제로 유지할지 아니면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할지' 여부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전원위 이틀째 토론에서도 국회의원 역할에 대한 의원들의 다양한 고충이 쏟아졌다. 인구가 적어 지역구 면적이 큰 비수도권 의원들은 지역 소멸을 우려하며 생활권이 다른 주변 시·군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반대로 인구가 많아 상대적으로 지역구 면적이 작은 수도권 의원들은 "구의원 일까지 챙기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농어촌 '거대 지역구' 불공정해… "지역소멸 가속화"
이날 토론에선 거대 지역구를 둔 비수도권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현행 인구 기준으로 나눈 지역구 배분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개진했다. 실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기준 지역구가 가장 큰 곳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강원 홍성·횡성·영월·평창(5,409㎢)이다. 49개의 지역구가 몰려 있는 서울(605㎢)의 9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강원, 경북 4개 지역구의 면적은 서울의 5배가 넘지만 의원은 단 1명이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대도시에서 '갑·을·병·정·무'로 쪼개진 곳의 민원은 의원 5명이 해결사로 나서는 반면, 홍천·횡성·영월·평창의 경우 서울 9배에 달하는 넓은 지역을 1명이 감당한다"며 "네다섯 명의 의원이 한 지역의 입법과 예산을 챙기는 것과, 의원 한 명이 여러 지역을 챙기는 상황이 과연 공정하다 볼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김수흥 민주당 의원은 "인구가 감소하면 정부 지원도 줄고, 지역은 더욱 퇴보해 국가 경쟁력도 떨어진다"며 "지역 소멸에 대응할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선거구의 최대·최소 인구 비례를 '2대 1' 이하로 규정한 현행 기준을 완화하고, 선거구 획정 시 인구뿐 아니라 면적, 생활권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법 규정에 아예 '5개 이상 시·군을 한 지역구로 묶을 수 없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현행 선거구가 너무 지나치게 인구에 따른 제도라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공감한다. 인구수 기준을 어떻게 할지 국회에서 함께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김수흥 의원은 "영국은 한 지역구 면적을 일정 규모로 제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도시선 "국회의원이 시·구의원 일에 매달려"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도 고충이 있었다. 지역구 면적이 작은 만큼 지역 행사를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장보다 관할 구역이 작은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에는 한 구에 3개 지역구가 있는 곳이 4개 있으며, 경기 수원이나 경남 창원은 기초자치단체 안에 5개 지역구가 있다. 면적이 가장 작은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6.01㎢)은 단 6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전날 발언자로 나서 "경조사 정치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1분 축사'를 하려고 열 군데씩 뛴다"며 "현행 선거구제는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구의원 차이가 거의 없다"고 꼬집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수도권 과밀 도시는 대형 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 지하철로 공통의 생활권에 속하는데도 선거구는 거의 골목 단위로 나눠져 있다"며 "국회의원이 구청장보다 더 많은 동네 현안에 매달리고, 총선을 앞두고는 시의원, 구의원이 해야 할 일에 매달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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