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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 제거 철저히 추적하고 IAEA에서 영향력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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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 제거 철저히 추적하고 IAEA에서 영향력 확대해야”

입력
2023.04.12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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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코앞, 우린 뭘 해야 하나... 전문가 Q&A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곧 바다로 흘려 보낼 태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빌려 ‘과학적 근거’도 쌓아가고 있다. 여권은 과학적으로 문제없으면 괜찮다는데, 야권은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경고를 쏟아내니 혼란스럽다. 과학자들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기술론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일본이 안전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지, 환경에 작은 영향이라도 미치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IAEA가 유기결합삼중수소 설명 요구한 이유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방사능 오염수가 담긴 탱크들이 늘어서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방사능 오염수가 담긴 탱크들이 늘어서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IAEA가 최근 일본의 방사능 모니터링 체계를 신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방류를 승인하는 건가.

“IAEA는 방류를 반대나 승인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방류 방식이 국제 안전기준에 맞는지 검증하는 게 IAEA의 역할이다. 지난해 4, 11, 12월 낸 1~3차 보고서에서 IAEA는 전반적 준비 상황, 주요 원칙과 승인 절차, 오염수와 환경 샘플 분석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공개한 4차 보고서엔 방류 후 환경 영향을 감시할 체계는 적절한데, 생물 몸속에서 유기결합삼중수소(OBT)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IAEA는 보고서를 두 차례 더 낼 예정이다. 긍정적 결론이 나오면 일본의 방류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유기결합삼중수소가 뭐길래 IAEA가 콕 집어 설명을 요구했나.

“오염수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로 들어간 삼중수소가 물고기 같은 생체 내로 들어가면 유기물질과 결합하는데, 이 형태가 유기결합삼중수소다. 잘 배설되지 않고 몸에 남기 때문에 이게 어떻게, 얼마나 만들어지는지 알면 방사선 피폭 정도를 추정해 위험도 평가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정상 원전이 아닌 사고 원전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 생체 내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판단할 만한 정확한 기준도 지금은 없다.”

오염수 해양 영향 측정 안 될 가능성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한국YWCA 연합회 회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한국YWCA 연합회 회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오염수에 섞여 방류된 삼중수소가 우리 바다로 흘러오면 위험한가.

“후쿠시마 원전 근처 바다엔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영향은 줄어든다. 과거 사고 직후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으로 흘러들었는데, 지금까지 국내 해수 방사능 감시망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는 없었다. 해양 생태계 변화도 보고된 바 없다.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 해역으로 온다 해도 방사성 물질은 그때보다 훨씬 적어 현재 기술로는 측정도 잘 안 될 가능성이 크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는 유지하면서 우리 수산물은 안심하고 먹는 게 합리적이다. 우리 어민들과 수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은 한국 원전이 방류하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의 10배라고 주장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서 바다로 배출될 삼중수소는 연 22조 베크렐(Bq)이다. 우리나라 전체 원전이 지난해 배출한 삼중수소가 213조7,000억Bq이니 10배 가까이 된다. 바다로 내보내는 것 외에 월성 원전에는 상업용으로 쓰기 위해 별도 시설에 보관 중인 삼중수소도 있다. 하지만 정상 가동 중인 원전과 사고로 파괴된 원전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정상 원전의 배출수엔 삼중수소 이 외에 다른 방사성 물질이 거의 없지만 핵연료가 녹은 사고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엔 반감기가 훨씬 긴 세슘, 스트론튬 등 여러 가지가 들어 있다.”

일본 데이터 신뢰도와 범위가 관건

지난 2월 도쿄전력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방사능 오염수를 ALPS로 거르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0여 종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으나, 삼중수소는 남는다. 후쿠시마=연합뉴스

지난 2월 도쿄전력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방사능 오염수를 ALPS로 거르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0여 종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으나, 삼중수소는 남는다. 후쿠시마=연합뉴스

-삼중수소 이 외의 방사성 물질들은 일본이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내고 있는데, 태평양 섬나라들이 구성한 자문단은 데이터가 불충분해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 데이터를 믿어도 되나.

“IAEA 검증에 참여 중인 한국인 과학자는 2명이다.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더 많이 참여하거나 별도의 독자 검증 기회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ALPS가 걸러낼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은 삼중수소를 제외하고 60여 종이다. 이들 물질이 일본 약속대로 최대한 걸러지는지 계속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은 방류에 따른 환경 영향을 감시할 때 그중 30종만 측정하겠다는 계획이고, IAEA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평소엔 일부를 측정하고 일정 주기마다 60여 종 모두를 확인토록 하는 게 공학적으로 맞는 접근 방식이다. 이를 일본과 IAEA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과학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방류를 막을 방법은 없나.

“오염수를 안 버리는 게 물론 가장 좋다. 대기로 증발시키거나 저장 탱크 수를 늘려서 바다로 내보내는 시기를 늦출 수도 있는데, 일본은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IAEA 검증 결과가 긍정적이면 국제사회의 일원인 우리가 반박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를 잘 알고 이용하려는 게 일본의 의도일 것이다. 그러니 과학만으로 풀려 하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정서적, 정치적 측면과 함께 다뤄야 할 문제다. 우리가 앞으로 이 이슈를 주도하며 IAEA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도 있다. 일본은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우리 국민에게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는 점 역시 지적해야 한다.”


도움주신 분들(가나다 순): 김규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방인철 울산과학기술원 원자력공학과 교수,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송규민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방사선화학그룹장, 진영우 전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

임소형 논설위원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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