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 강릉(연곡면)에 11일 최대 순간풍속 시속 103㎞의 강풍이 불었다. 이는 중급 태풍에 해당하는 세기로, 지붕이 날아갈 수 있는 수준이다. 산불을 키운 강풍은 12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에 시속 70~100㎞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다. 특히 인천 옹진 백아도(94㎞), 충남 예산 가야산(104㎞), 전남 신안 가거도(94㎞) 등엔 시속 100㎞ 수준의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이는 중급 태풍(시속 90~119㎞) 수준의 강풍이다. 강원 양양 설악산엔 시속 136㎞의 바람이 불어 강급 태풍 수준이었다.
강풍이 분 것은 봄철 한반도에 발생하는 '남고북저'형 기압계 영향이다.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남고)이, 북쪽에 저기압(북저)이 형성되는 상황을 뜻한다. 이 경우 두 기압 간 회전이 맞물리며 서쪽의 건조한 바람을 한반도로 끌어온다. 이 바람은 두 기압 사이 형성된 바람골을 타고 빠르게 이동한다.
게다가 강릉을 포함한 영동 지역은 풍속이 더 강해졌다. 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태백산맥을 타고 내려오며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태백산맥 고도가 높은 탓에 기압 변화로 바람이 더욱 건조해진다. 이렇게 봄철 강원 양양군과 고성군 간성읍 사이에 부는 강하고 건조한 바람을 '양간지풍'이라고 부른다. 이날도 양간지풍 영향으로 강릉 연곡면엔 시속 103㎞, 고성군엔 시속 110㎞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다.
기상청은 영동지방 강풍이 12일 오전까지 순간 풍속 시속 70㎞ 수준으로 매우 강하게 불 것으로 예보했다. 시속 70㎞는 가로수가 꺾이거나 첨탑이 무너질 정도의 강풍이다. 11일 오후8시 기준 강릉평지와 동해평지, 태백, 삼척평지, 속초평지 등 강원도 곳곳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철원과 정선·인제 등엔 한파주의보도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13일이 돼야 전국이 이동성 고기압 영향권에 접어들어 바람이 잦아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강릉에 3mm 안팎의 비가 내리며 불은 오후 4시30분쯤 완진됐다. 오후 4시까지 강릉 중앙동 3.5mm, 북강릉 3mm가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동해안 일대에 건조 특보가 발효돼있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추가 산불 피해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는 "지구 기온이 상승하며 지표면의 증발량도 늘어나 토양과 식생이 건조해져 산불이 더 크게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월 국내 산불 발생 건수는 377건으로 지난해 전체(756건)의 절반 수준이며, 2021년 전체 349건보다 많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도 2030년까지 산불이 최대 14%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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