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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고용불안 시달리는 돌봄노동자..."노동자 희생, 착취로는 지속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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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고용불안 시달리는 돌봄노동자..."노동자 희생, 착취로는 지속 불가능"

입력
2023.04.11 17:41
수정
2023.04.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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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노동 110만!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
낮은 사회적 인식도 근로의욕 꺾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반값노동 110만!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반값노동 110만!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저를 아줌마라 부르고, 같이 사는 아들 방 청소 등 온갖 집안일을 해야 했습니다. 다른 집에서는 명절을 앞두고 만두를 300개씩 빚기도 했습니다. 방문요양보호사인지 파출부인지 구분이 안 돼 센터에 하소연하면 얼마 후 업무 태도를 문제 삼아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하는 게 일쑤였습니다."

방문요양보호사 이미영씨

요양보호사·노인생활지원사·아이돌보미·보육교사·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노동자들이 11일 국회에 모여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최저임금보다 적은 저임금, 고용불안, 낮은 사회적 인식 등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영씨를 비롯한 돌봄노동자 12명은 민주노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반값노동!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서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돌봄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구조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돌봄노동조합원 1,5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7%가 계약직이었다. 계약 기간은 △6개월~1년 미만 60.1% △1~2년 미만이 35.4% 등으로 짧았다. 여기에 요구가 있을 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제 계약이 일반적이었고, 시간당 급여 수준은 최저임금이라 생계 유지조차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이용자가 서비스 수급을 중단하면 일자리를 잃기 십상이다.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이용자 사정에 의해 휴업·해고를 당해도 휴업수당을 받는 경우는 14%뿐으로,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몫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무급기간 동안 일을 그만두기도 하는데, 이때 다른 업체에 재취업할 때까지 평균 3.3개월 걸릴뿐더러 경력은 길지만 근속기간이 짧아 숙련도가 임금에 반영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즉 고용이 불안정하니 저임금을 탈출할 구멍마저 가로막히는 현실인 것이다.

낮은 사회적 인식도 이들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A씨는 "대놓고 나랑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여자 생활지원사를 보내달라고 요구받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시설요양보호사인 조길순 보건의료노조 안산시지부장은 "어렵고 힘들게 돌봄노동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업무직'이라며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일자리가 열악해 청년노동자 유입이 중단되고 노동자의 고령화 추세가 심각하다. 노동자들의 희생과 착취로 유지되는 돌봄정책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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