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고의성 없다 주장"
경찰, 구속영장 재신청
폴리스라인. 게티이미지뱅크
돈내기 윷놀이를 하다가 이웃 주민의 몸에 불을 질러 살해한 남성이 자신을 수급자로 지정해 피해자 이름으로 수억 원대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11일 "이웃 주민 살인 혐의로 입건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4일 고흥군 한 마을 가건물에서 후배 B씨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사건 발생 4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사망했다.
경찰은 B씨가 사고를 당한 것처럼 A씨가 행세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 조사에서 현장 목격자들은 "윷놀이로 100만 원 가량 딴 B씨가 자리를 뜨려고 하자 다툼이 벌어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보완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생명보험을 가입시키고, 2억 원 상당의 상해사망 보험금 수령인을 자신으로 지정한 정황을 파악했다. 더구나 B씨는 이혼한 아내와 자녀 등 가족과 별다른 교류나 왕래 없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담뱃불을 붙이던 중 실수로 불이 붙었을 뿐 살인에 고의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과 사망보험금 간 인과 관계를 단정할 상황은 아직 아니지만 의문점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고흥=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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