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완성차 업체에 도전적 과제 될 것"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1분기에도 실적 대박을 예고하는 현대차·기아가 미국발 암초를 만났다. 미국 정부가 2032년까지 현지 생산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하도록 하는 규제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 같은 소식이 현실이 될 경우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북미 전기차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한 생산 계획 수정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2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인 승용차 및 소형트럭에 대한 탄소 배출 규제안에 완성차 업계들이 사실상 2032년까지 판매하는 신차 3대 중 2대는 전기차로 채워야 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PA가 만들어 놓은 이번 규제안에는 한 기업이 연간 생산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규제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차량 수에 비례해 과징금을 매기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이 현실이 된다면 완성차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급 비율을 높이지 않을 경우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하는 만큼 미국 정부에 과징금을 내야 해서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맞물려 ①대부분 업체가 중국산 부품(배터리 포함)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②북미에서 최종 생산한 전기차를 최대한 빨리 ④최대한 많이 찍어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030년까지 전기차 생산 비중을 58%, 47%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 같은 일정을 크게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 모두 (기존에 세운) 목표보다 미국 정부가 생각하는 요구 목표가 높다"면서 "어차피 (생산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은 같아 생산 속도를 최대한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EPA 규제안 발표 내용에 따라 업계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세밀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EPA의 규제안은 모든 완성차 업체에 도전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소 비현실적인 계획으로 보이는데 EPA의 정확한 발표가 나온 뒤 우리 기업들은 생산량 확대 등 그에 맞는 대응에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봤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전기차 생산 목표량이 소극적이었던 부분도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는 이번 규제안을 계기로 생산 목표치를 늘리되 정부도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우리 기업 입장을 미국 정부에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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