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이번 주 추월 가능성
바뀐 관람 행태에 일본 애니 잇단 400만
일 영화 1분기 시장 1위... "일시적 현상"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고 흥행 영화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한 달여 만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일본 영화의 국내 흥행 왕좌가 한 달 만에 바뀌는 건 기현상이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극장 풍속도가 반영됐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9일까지 434만4,068명을 모으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444만7,452명)의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하루 관객 동원 수가 더 많아 빠르면 이번 주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누적 관객수를 추월할 전망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달 5일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2016)이 지니고 있었던 일본 영화 국내 역대 최고 흥행 기록(380만5,033명)을 뛰어넘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2편이 잇달아 400만 명 고지를 넘어선 점 역시 이례적 현상이다. 국내 극장가가 코로나19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전통적인 비수기(3~4월)가 겹친 시기에 거둔 성적이라 더 놀랍다. 지난 1~3월 국내 극장 전체 관객수는 2,514만7,867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전체 관객수(5,507만1,869명)의 45.6%에 불과하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는 건 바뀐 관람 행태와 관련이 깊다. 불황에 영화관람료까지 인상된 상황에서 관객들의 영화 선택은 신중해졌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이 난 검증된 영화만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90년대 원작 만화 ‘슬램덩크’를 즐겼던 40대 남성을 발판 삼아 젊은 층과 여성 관객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동일본대지진을 소재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감독에 대한 팬덤을 흥행 불씨로 삼았다.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불황기에 레어템(희귀상품)이 더 각광받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며 “관객들이 봐야 된다고 생각하는 영화에만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색적인 영화 체험을 주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관객에게 굿즈를 제공하거나 이색 상영회를 개최하면서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당긴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황재현 CGV 전략담당은 “코로나19 이후 영화 관람이 특별한 일이 됐다”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면서 관객층을 넓혔다”고 분석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쌍끌이 흥행을 하면서 일본 영화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급상승했다. 지난 1분기 시장점유율은 36.4%(관객 기준)로 미국 영화(30.4%)와 한국 영화(29.5%)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내 극장가는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와 미국 영화가 장악해 왔다. 다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세는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신유경 대표는 “스포츠와 재난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우연히 잇따라 개봉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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