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렌식 증거보존 지원해 기술유출 예방
# 신소재 개발 제조업체인 A사는 2021년 원료를 공급받았던 협력업체 B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이 독자 개발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A사는 15년 동안 일하다 퇴사 후 B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C씨가 기술을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A사는 곧바로 C씨가 사용했던 PC의 데이터를 복구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윈도우 운영 체제를 업데이트하면서 이전 기록이 모두 손실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부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더라도 기록이 훼손돼 분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기술 유출 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퇴직한 직원의 디지털 기기를 보존 조치(이미징)하지 않은 탓에 A사는 B사를 상대로 수사를 의뢰하지 못했다.
기업당 연 500만 원 지원…기술유출 피해 예방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이 대기업이나 경쟁사에 유출돼 탈취, 도용되는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기술 유출을 예방하고 증거를 수집 및 보존할 수 있도록 기업의 업무용 디지털기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비용 지원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협력재단)은 매년 시행하던 디지털포렌식 지원 사업을 올해부터는 기술 유출 증거 훼손 방지를 위한 '디지털 증거보존(이미징)'까지 확대해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는 포렌식 작업에 더해 증거 보존을 위한 이미징 작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미징은 기술 유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디지털 기기에 남아 있는 증거를 보존하기 위한 '저장' 작업의 하나다. 직원이 퇴사하면서 제출한 업무용 PC를 다른 직원에게 다시 나눠주기 전에 PC에 남은 데이터를 보존함으로써 유출 사고 발생 시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은 연중 상시로 500만 원 한도에서 증거 분석(포렌식)과 증거 보존(이미징)을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다.
데이터 보존 안 해 증거 훼손…유출 피해에도 대응 '속수무책'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기술 유출 피해가 발생하면 의심되는 직원이 사용했던 디지털 기기를 포렌식해 남아 있는 데이터를 복구하는 식으로 증거를 찾았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가 업데이트되거나 초기화되면서 이전 데이터가 지워지면서 분석이 불가능해져 증거 확보에 애를 먹었다. 기술 침해 관련 민·형사 사건을 대리하는 법조계 관계자는 "퇴직 직원의 PC 기록이 모두 삭제되는 등 디지털 증거가 훼손돼 적절한 법적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사례들이 있다"며 "해당 기업이 예방 차원에서 퇴직 인력이 사용하던 기기를 보존 조치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력재단은 유출 피해 사실을 알기 전부터 기기 상태를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협력재단 상생조정지원부 관계자는 "피해 중소기업 대다수는 이미징 작업을 통한 데이터 보존의 필요성을 미처 알지 못해 수사를 의뢰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후 대응뿐 아니라 사전 예방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영환 협력재단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기술 유출은 내부 인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핵심 증거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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