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내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배승아(9)양의 모습(왼쪽). 오른쪽 사고 현장엔 주민들과 친구들이 놓고간 편지, 국화꽃, 음료수, 장난감 등이 보인다. 친구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천국에서 잘 지내 그리고 거기 가서도 행복해야 해'라는 글이 적혀있다. 유족제공·연합뉴스
대전에서 지난 8일 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을 걷던 배승아(9)양이 인도를 덮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11시간 만에 사망했다. 9일엔 경기 하남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떡볶이를 배달하고 오던 40대 가장이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 어머니, 오빠와 살던 꿈 많던 초등학생과, 자녀 3명을 둔 가장은 작별인사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 제약이 풀려 모임이 늘면서 음주운전이 급증하고 있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승아양의 오빠 배모(26)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이든 뭐든 변화가 필요하다”며 “가해자들한테 엄중한 처벌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9년 시행된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형량을 ‘1년 이상 징역’에서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으로 강화했다. 2020년 시행된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및 부주의로 인한 사망이나 상해사고 가해자에 대한 가중 처벌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 서울 언북초 앞 도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9세 초등학생이 사망했고, 그해 11월 광주에서는 40대 남성이 보행섬을 덮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최근 법원이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보행자를 사망케 한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의 법정 최저형을 선고하는 등 여전히 온정적인 판결도 나온다. 엄정한 처벌 확립과 함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들은 모두 찾아봐야 한다. 스쿨존만이라도 인도에 원칙적으로 펜스를 두르게 했다면, 승아양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발생 시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가해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법안(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대표 발의)도 있다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경찰 단속 결과, 최근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전년보다 지역별로 14~43%까지 늘었다고 한다. 단속을 철저히 함과 동시에, 행정·입법적 조치를 모두 강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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