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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스타 뜨는데 '원로'는 몰락... 트로트 부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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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스타 뜨는데 '원로'는 몰락... 트로트 부흥의 그림자

입력
2023.04.14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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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톱7' 출연자들은 스핀오프 출격하며 활약
설자리 줄어든 원로가수.... 업계 대우 기대 힘들어
"신·구세대 아우르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필요"

TV조선 '화요일은 밤이 좋아' 출연진들. '미스트롯2' 공식 SNS

TV조선 '화요일은 밤이 좋아' 출연진들. '미스트롯2' 공식 SNS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불타는 트롯맨’으로 대표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스타가 되면서 트로트 부흥이 일고 있다. 본보가 지니뮤직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2019년까지 ‘월간 차트 톱 100’에 든 트로트 곡은 전무하다가 지난해만 41회로 급증했다. (관련기사: '공룡'된 트로트에 K팝 인력이 몰린다)

하지만 몇몇 오디션 출신 가수들에 쏠림이 심하다. 2020년부터 3년간 지니뮤직 ‘월간 차트 톱100’에 진입한 가수는 각각 임영웅(77회), 영탁(8회), 김호중(2회)이 전부다. 모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기성 원로가수는 찾아볼 수 없다. 트로트 업계에서 오디션 출신 스타들이 득세하는 동안 정작 국내 정통 트로트의 명맥을 이어온 원로가수들의 설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원로가수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뿐

지난 2월 방영된 KBS1 '전국노래자랑' 부산 동구편에 트로트 가수 박상철과 조항조가 출연해 특별무대를 꾸몄다. '전국노래자랑' 제공

지난 2월 방영된 KBS1 '전국노래자랑' 부산 동구편에 트로트 가수 박상철과 조항조가 출연해 특별무대를 꾸몄다. '전국노래자랑' 제공

트로트 오디션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가수들은 오디션이 끝나고도 스핀오프(Spin off·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돼 나온 작품)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 경로가 열려있다. TV조선에서는 ‘뽕숭아학당’과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에 이어 ‘화요일은 밤이 좋아’까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이 출연한다. MBN '불타는 트롯맨’ '톱 7' 역시 종영 이후 곧바로 출연자들이 버스킹 예능 ‘불타는 장미단’에 출연 중이다. 반면 성인가요 전문 프로그램은 대중의 외면으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오디션 출신이 아닌 트로트 원로 가수들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KBS1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가 전부다. 그마저도 옛 노래 리메이크 무대를 선호하는 ‘가요무대’를 제외하면 자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건 ‘전국노래자랑’이 유일하다.

20~30년차의 경력을 가진 원로가수의 대우도 오디션 스타들의 등장 이후 헐값이 됐다. 30여 년간 트로트 가수 매니지먼트 업무를 담당한 김철한 KH미디어 대표는 “업계에서 원로가수가 행사비로 1,500만 원~2,000만 원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한 오디션 출신 스타는 행사비 3,500만 원에 부가세를 별도 지급을 요구하는 등 껑충 뛰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인기에 따라 몸값이 올라간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행사비 폭등에는 오디션 스타들을 관리하는 대형 기획사들의 입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해왔기 때문. 전문성이 있는 대형 기획사를 끼지 않고 지인·가족과 오랜 기간 일해온 경우가 대부분인 원로가수들의 경우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치솟는 오디션 스타의 행사비를 맞추기 위해 행사 주최 측에서 원로가수 섭외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직장인은 노동조합이라도 있지만 원로가수들은 무대에 설 기회를 보장하거나 처우를 맞춰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는 창구도 없어, 급변하는 업계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 아픔 다루던 특성 흐려져… 세대 아우를 가수 필요

2020 트롯 어워즈에 함께 출연했던 원로가수 이미자(왼쪽부터), 남진과 가수 장윤정, 임영웅. TV조선 제공

2020 트롯 어워즈에 함께 출연했던 원로가수 이미자(왼쪽부터), 남진과 가수 장윤정, 임영웅. TV조선 제공

트로트의 성격이 달라진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름만 같을 뿐 원로가수의 트로트와 오디션 출신 가수들의 트로트는 별개의 장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로트 가수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 노래만큼은 우리나라 ‘전통가요’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원로가수 이미자(82)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굴곡진 국내 현대사를 반영한 가사와 구슬픈 선율의 1960년대 정통 트로트와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을 장악한 빠른 템포의 트로트는 이름만 같을 뿐 성격은 크게 다르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 트로트들은 오디션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고음 위주로 드라마틱하게 구성됐거나 중독성을 노린 후크송이 지배적"이라며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던 정통 트로트의 정체성은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들이 오디션형 트로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록 원로가수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원로가수들의 정통 트로트는 이대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까. 전문가들은 트로트 장르 내에서 신·구 세대를 아우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덕현 대중음악평론가는 “장기간 기성 가수의 음악에 갇혀있던 트로트가 오디션 열풍을 기점으로 급진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며 “가수 임영웅처럼 구세대가 공감할 만한 감수성 짙은 노래를 하면서도 신세대를 위해 다양한 장르에도 도전하는 시도가 많아져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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