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발달 장애 바이올리니스트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 지휘
눈을 깜빡이며 다소 불안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청년은 예정에 없던 지휘자의 깜짝 등장에 만면에 미소를 머금더니 금세 안정을 찾아갔다. 발달 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19·화성나래학교)군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은 그렇게 음악으로 서로 교감을 나눴다.
공군은 7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이 드리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판 츠베덴 지휘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5일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공군은 연주회에서 선보일 곡을 악단 없이 홀로 기자들에게 미리 들려줬다. 다섯 살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은 공군은 열한 살에 바이올린 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수준급의 연주 실력을 갖춘 '음악계의 우영우’다. 사회공헌 프로그램 '행복한 음악회, 함께!'를 통해 서울시향과 인연을 맺었고 이번이 네 번째 협연이다.
공군은 음악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재밌고 즐겁다"는 말을 거듭했다. 바이올린 연주를 할 때는 무슨 생각이 드는지 묻자 "좋은 생각이 들고 마음이 차분해진다"며 "음악은 내 전부"라고 밝혔다. 연주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서는 "우아하고 감미로운 느낌"이라고 묘사했고, "멋진 연주는 즐거운 마음, 편안한 마음, 진정한 마음"이라고 자신의 연주관(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음악이 힘들 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힘든 게 진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 연주회는 평소 음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온 판 츠베덴 감독이 서울시향에 제안해 이뤄졌다. 그는 무보수로 이번 연주회를 이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들을 키우는 판 츠베덴 감독은 1997년 모국인 네덜란드에 자폐아를 둔 가족을 지원하는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판 츠베덴은 공군의 연주를 지켜보면서 지휘하듯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여 박자를 맞추거나 눈을 감고 감상하는 등 한껏 몰입한 모습이었다. 그는 "민배군은 좋은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치켜세운 뒤 "그가 바로 파파게노 재단의 가치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리허설을 느리게 진행했더니 민배군이 '더 빠르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뒷얘기도 들려줬다.
공군은 차례로 연습실에 들어서는 기자들에게 눈을 맞추며 "안녕하세요, 저는 공민배입니다"라고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등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자리를 함께한 공군의 어머니 임미숙씨는 "귀를 막고 고통스럽게 살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씹는 게 불편해 먹지도 않으려 했던 민배를 음악이 살렸다"고 말했다.
공군이 바이올린의 세계로 인도된 것은 순전히 '방과 후 돌봄' 기능을 하는 동네 피아노 학원의 덕이라고 임씨는 설명했다. 그는 "퇴근 시간 전까지 맡길 곳을 찾던 중 피아노 학원에 보냈고 이후에 피아노 학원이 바이올린 수업을 추가로 개설해 바이올린도 시켰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연히 접하게 된 음악이 공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 임씨는 "민배가 더 이상 귀를 막지 않고 전에 못했던 눈 맞춤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자폐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어떤 악기로든 꼭 음악 교육을 시작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임씨는 요즘 공군이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음대에 진학을 시켜야 할지 말지를 고민 중이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지막 한마디를 요청하는 질문에 공군의 목소리가 유난히 커졌다. "열심히 연습해 모든 곳에서 많은 분들과 연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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