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사랑이라 말해요', 조용히 입소문 시작
이성경·김영광, 전작들 이미지 깬 호연
'사랑이라 말해요'가 조용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성경과 김영광의 잔잔하지만 여운 깊은 사랑 이야기가 2030세대의 여성들에게 통한 것이다. 세피아 색감의 필터를 씌운 이 드라마는 멜로 부진 속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우주(이성경)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김영광)의 감성 로맨스다. 하루아침에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집을 뺏긴 여자와 복수로 얽히게 된 남자의 이야기로 각자 상처를 갖고 있는 우주와 동진의 교감이 주 관전 포인트다.
연출을 맡은 이광영 감독은 극중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그림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복수보다는 일상에서 잔잔히 스며드는 감성이 '사랑이라 말해요'의 무기다. 각기 다른 아픔, 고민을 겪으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초점에 맞추면서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전개된다.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다. 먼저 여주인공인 우주는 기타 복수극에서처럼 칼을 갈고 완벽한 계획을 꿈꾸지 않는다.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복수의 대상에게 접근하지만 미행마저 쉽게 들킬 정도로 허술하다. 복수극만의 극적인 통쾌함은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작품은 의도적인 보정을 넣어 드라이한 톤을 유지하는데 인물들의 감정선이 극대화돼 전달되는 효과를 낳았다.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캐릭터들을 그려내는 것은 적지 않은 연기 내공이 필요하다. 이 쉽지 않은 연기를 이성경과 김영광은 묵직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주연을 맡은 이성경은 때론 처절한 목소리를 내면서 가슴 안 울분을 토해내는데 제법 여운이 깊다. '치즈 인 더 트랩' '역도요정 김복순' '낭만닥터 김사부' '별똥별' 등 주로 밝은 이미지를 소화했던 이성경이 특유의 긴장과 에너지를 내려놓고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이성경이 우주라는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감정이 짙게 배어 나온다.
김영광은 전작들과 다르게 비언어적인 표현들로 캐릭터의 감정선을 드러낸다. 외로움 속에서 주변 인물들에게 계속 배신을 당하면서 홀로 고립된 인물 동진의 마음이 보는 이들에게 먹먹하게 전달된다. 실제로 김영광은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과의 대화를 차단할 정도로 깊게 몰입했다는 후문이다.
이광영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우주와 동진은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범주에 있다. 이들이 서로에게 작은 파동이 되고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잔잔하게 펼쳐지면서 여성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화려한 대사도, 이렇다 할 유행어도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조되는 장점도 있다. 바로 일상적인 톤이다. 현실 속에서 지치고 아픈 이들에게 '사랑이라 말해요'가 유독 공감 갈 수 밖에 없다. 복수의 후련함은 없지만 분명한 아우라가 있다. 장르극들의 호황 속에서 '사랑이라 말해요'가 마니아 층에게 호평받는 까닭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