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SSU 출신, 2003년 소방관 경력직 합격
'특수부대 3년 이상' 자격 미달 뒤늦게 확인
20년간 각종 위급 현장에서 인명구조 임무를 수행하며 ‘구조왕’에 뽑혔던 베테랑 소방관이 과거 채용 과정에서 응시 자격에 미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합격이 취소됐다.
5일 소방청과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창원지역 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A씨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출신으로 2003년 경력직 채용 전형을 통해 임명됐다. 구조대원으로서 업무 능력이 뛰어나 특별 진급까지 했고, 동료 대원들의 신망도 받았다. 현 직위도 119구조대 팀장이다.
그러나 얼마 전 “A씨 경력이 부풀려졌다”는 민원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내부 감사를 벌인 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당시 응시 자격은 ‘군 특수부대 경력 3년 이상’이었으나 A씨가 SSU에서 근무한 기간은 2년 1개월이었다.
A씨가 제출한 병무청 ‘병력 증명서’에는 전체 군복무 기간과 주특기만 기재돼 있어 당시 서류 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해군에 복무하다가 SSU로 자리를 옮겼던 터라, 전체 군생활 경력은 4년이었다. 지금은 소방관 경력직 지원 시 근무지와 근무기간, 진급일, 계급, 상훈 등 상세 내역이 담긴 ‘군경력 증명서’를 내야 하지만, 당시에는 병력 증명서만 요구했다.
A씨는 “채용 공고문을 보고 ‘경력 3년’ 요건이 전체 군생활 기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지원했다”며 “경력을 부풀리거나 속인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남소방본부는 “고의성 여부와 별개로 A씨 본인 과실”이라고 판단, 응시 자격 미달 사유로 20년 만에 합격을 취소했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별도로 수사 의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채용 담당자도 징계 시효가 만료됐다.
경남소방본부의 결정에 따라 창원소방본부는 임용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당초 5일 A씨의 소명을 듣는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A씨는 문서로 입장을 대신했다. A씨는 내부 감사가 시작된 지난달부터 장기 휴가 중이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매우 성실하고 일을 잘하는 베테랑이라 소방서 입장에서도 전력 손실이 엄청나다”며 “과거 유사 사례들을 참고하면서 공무원 임용 체계 및 법 집행 원칙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용이 취소되면 A씨는 20년 근무 경력에 따른 퇴직금은 받을 수 있지만, 공무원 연금 수급 자격은 박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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