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총 안건 4건 중 1건 '반대'
2021년보다 반대율 7.1%p 증가
투자기업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주주로 변신했다. 지난해엔 전체 안건 4건 중 한 건꼴로 반대 의견을 내며 ‘큰손 투자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수탁자 책임 활동 내역 등과 관련한 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식을 보유한 국내 기업 1,143곳의 주주총회(825회)에서 총 3,439개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찬성 의결권 행사가 2,625건(76.33%)이었고, 반대는 803건으로 23.55% 정도였다. 중립 또는 기권은 11건(0.32%)이었다.
눈길을 끈 건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이다. 국민연금의 주총 안건 반대율은 2020년 15.75%에서 2021년 16.25%로 늘었고, 지난해엔 상승폭이 대폭 늘어 7.1%포인트 뛰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반대표 행사 안건 비율은 좀처럼 10%를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을 기점으로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자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주총 시즌 때도 국민연금은 굵직한 안건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힘을 과시했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KT의 경우 연임에 도전한 구현모 전 대표가 국민연금의 반대 속 중도 사퇴했고, 국민연금이 반대 또는 중립 의결권을 결정한 사외이사 후보 3인도 주총 직전 동반 사퇴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선임안의 경우 국민연금이 반대했지만, 외국인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결됐다.
다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대부분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결정되는 만큼 반대권 행사 비율만으로 주주 관여 강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반대 의결권 행사 안건 중 절반에 달하는 42.6%(342건)는 ‘이사 및 감사 보수’ 안건이었다. ‘보수한도 수준이 경영 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는 반대한다’는 수탁자 책임활동 지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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