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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일까

입력
2023.04.05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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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규
오용규변호사

편집자주

판결은 재판받는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모든 법원이 따르는 규범이 된다. 규범화한 판결은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판결과 우리 삶의 관계를 얘기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혼 시 논란되는 특유재산 분할
미국·독일 등 선진국은 인정 추세
예측가능한 재산분할 기준 세워야

결혼을 하면서 남녀는 가족공동체가 되고,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도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 포함되고 부부가 형성한 재산으로 가족공동체가 살아가게 된다. 부부가 공동체를 이루어 평생 같이 살면 좋겠는데 상당히 많은 경우 그 공동체가 깨어진다. 그때 친권·양육권의 문제도 생기지만 가족공동체가 보유하고 있던 재산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지의 문제도 발생한다.

부부가 무일푼에서 시작하여 가족공동체의 재산을 형성한 경우 비교적 쉽게 5:5로 나누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때도 월급이 많은 쪽이 더 많은 재산을 분할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보통의 부부는 5:5로 나누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부부 중 한쪽 배우자가 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생활 중 부모로부터 증여나 상속받은 재산이 있는 경우이다. 이런 재산을 민법에서는 '특유재산'이라고 한다. 그러한 특유재산을 가진 쪽에서는 "혼인 생활에서 생긴 재산이 아니므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고, 반면에 상대방은 "나의 노력이 없었으면 그 재산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니 보상이 있어야 한다.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 나는 이혼 후 어떻게 생활하냐"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감소를 방지하거나 증식에 협력한 경우에는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실제 이혼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법조인도 가사 재판의 경험이 적다면 알기 어렵다. 일반인으로서는 더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특유재산이 부부의 전체 재산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특유재산과 부부공동재산이 합쳐져 재산증식이 얼마나 되었는지, 상대방 배우자의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많은 가사노동을 하였는지는 부부마다 다를 것이다.

법원은 이혼 재산분할에 있어 청산적 요소와 부양적 요소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전자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재산을 각자의 기여에 따라 분할하여 청산하는 것이고, 후자는 부부간에는 상호 간 부양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부양의무가 이혼 후에도 인정되므로 재산분할 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혼했는데 왜 부양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부양적 요소는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공동체로서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부부가 이혼 후 한쪽이 급격하게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부당해 보이고 공동체 사회에도 큰 부담이 된다. 재산분할에서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 모두 제도적 기반은 다르지만 결론적으로는 특유재산의 분배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 법원은 특유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을지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부부 일방의 특유재산 유지, 증식에 대한 기여도를 상당히 넓게 인정하고 있다. 법원은 재산의 형성 경위, 혼인기간, 분할대상 재산의 규모, 그 외 여러 정책적 판단 등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특유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을지 결정한다. 법조인의 입장에서도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기준이 참 모호하다.

향후 '청산'과 '부양'이라는 재산분할의 두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유재산의 유지, 증식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경우에만 특유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되 이로 인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 전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힘든 경우 부양의 요소를 재산분할에 고려하고, 이러한 기준을 판결문에 명확히 제시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조금 더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이혼 후 재산분할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재판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오용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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