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근절대책 당정협의회
박대출 "학폭=불이익 경각심 확립해야"
교육계 "처벌 강화할수록 늘어나는 법적 분쟁 대비해야"
정부와 여당이 학교폭력(학폭)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모집에 반영하고 학폭 가해자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관련 조치 기록을 장기적으로 남겨 취업에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학폭 가해자 처벌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인데 교육 전문가들은 엄벌주의에 따른 학폭 분쟁 증가·장기화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5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어 학폭 근절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학교폭력에는 반드시 불이익이 따른다는 경각심을 확립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교육부는 이날 논의 내용을 토대로 국무총리 주재의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최종 대책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학폭 이력 취업 시까지 보존? "사회적 합의 거쳐야"
당정은 먼저 학생부의 학폭 가해기록 보존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학폭 기록이 대입에 확실히 영향을 끼치게 해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다.
현재는 학폭과 관련한 조치 중 서면사과, 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교봉사 등의 기록은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고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 교체 등은 졸업 후 2년간 기록이 보존되지만 심의를 거쳐 졸업과 함께 삭제가 가능하다. 학폭 정도가 심한 전학 조치는 예외 없이 졸업 후 2년간 기록이 남고 퇴학은 삭제되지 않는다.
특히 당정은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을 취업 때까지 늘리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보통 취업 연령이 20대 중반~3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보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학폭 기록 보존 기간은 사회적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생부 기재는 징계에 더해 추가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으로 이중처벌의 소지가 있다"며 "어느 정도 범위가 적정한 수준인지는 헌법과 사회적 합의의 영역으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처벌 강화할수록 학폭 관련 법적 분쟁 증가… 교육적 해결 방안 함께 마련돼야"
또 현재 대입 수시모집에만 반영하고 있는 학폭 가해기록을 정시모집까지 확대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은 정시 모집 때 학폭 관련 감점 규정이 없는 상태다. 대학가에선 이미 학폭 정시 반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 성균관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건국대가 2025학년도부터 학폭 처분을 정시 모집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연세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도 정시 반영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폭에 따른 처벌이 강화될수록 법적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 학생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폭 처분과 관련한 행정심판 청구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폭 관련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2020년 653건에서 지난해 1,315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행정심판 결과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 건수도 2배가량 증가했다.
대전시교육청의 김의성 변호사는 "학폭에 따른 불이익이 커질수록 부모들은 끝까지 싸워보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학폭 분쟁의 빈도와 정도를 높이게 되고, 피해자의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입장을 내고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폭 사건으로 드러난 불공정 문제, 법·제도 악용 방지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며 "처벌 강화에 매몰되지 말고 학교와 교사가 교육적 생활지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정은 학폭 근절 대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행정심판법 등 관련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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