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가담자 등 징계받은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했다가 철회하는 등 국민적 비난을 받은 대한축구협회가 4일 이사회를 구성하는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영표 이동국 등 선수 출신 부회장이 전날 먼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하루 만에 전원 사퇴를 표명한 것이다. 사면 관련 후폭풍이 거세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제외한 이사회 전원이 사퇴로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이날 오후 일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조만간 정식 사퇴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협회 정관에 의해 선임된 임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수용 여부에 상관없이 사임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부회장단과 분과 위원장들은 이날 오전 임원 회의를 열고 사면 관련 논란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총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이영표 이동국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징계 사면 관련 이사회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축구협회는 지난달 28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서울 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사면 처리 사실을 기습적으로 언론에 통보했다. 특히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무엇보다 축구협회의 사면 처리로 내세운 명분이 공분을 샀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이유로 들어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사면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스포츠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승부조작 가담자들을 사면했다"며 국민적 비난에 휩싸였다. 거센 역풍에 축구협회는 결국 지난달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사면을 전면 철회하는 '촌극'을 벌였다.
박경훈 축구협회 전무는 "실무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전무로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했다"며 "지난주 임시 이사회 이후부터 다수의 이사분이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징계 사면 사태에 대해 부회장단과 이사진 모두 큰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전원이 사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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