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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탈미국 도발'에도 미국 "우리는 80년 파트너"...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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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탈미국 도발'에도 미국 "우리는 80년 파트너"...왜?

입력
2023.04.05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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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디 원유 감산에도 "80년 파트너"
중동 영향력 축소에 사우디 달래기 분석
사우디, 시리아 등과 관계회복...탈미 행보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해변 도시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주먹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해변 도시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주먹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노골적 '탈미국 행보'에도 미국은 사우디를 내치지 않은 채 오히려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중국·러시아가 미국 패권에 맞서 구축하려는 '다극 체제'로 국제사회의 힘이 쏠리는 상황에서 사우디와 당장 각을 세우면 잃을 게 더 많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늘 동의하지 않아도 사우디는 파트너"

사우디가 주도하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를 기습 감산키로 한 데 대해 미국은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다.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감산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사우디 행보에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략적 파트너십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에너지·안보 동맹인 사우디를 "미국의 80년 전략적 파트너"로 칭하기도 했다.

원유 감산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러시아의 전쟁 자금이 불어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지만, 일단 표정 관리를 한 것이다. 미국의 반응은 지난해 10월 사우디의 감산 결정 때와 대비된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증산 요구를 사우디가 듣지 않자 미국은 "사우디와 관계 재검토"를 운운하며 거칠게 반응했다.

사우디, 등거리 외교로 '탈미국' 행보

미국의 이런 변화는 미국의 중동 패권이 위협받는 상황과 직결돼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과 최근 들어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중국 중재 하에 이란과 관계 정상화를 약속한 데 이어 조만간 양국 정상회담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에서 5월 개최되는 아랍연맹(AL) 정상회의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12년 만에 초청받을 것이라는 로이터통신 보도도 나왔다.

실질적 국가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의 탈미국 행보는 중동 경계를 넘어섰다.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견제를 위해 만든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대화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사우디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적하는 것이 불만인 데다,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경제, 안보상 위험한 선택이라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등거리 외교'를 본격화한 것이다.

위협받는 미국 패권... 사우디가 리트머스?

지난 2019년 제24차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리고 있는 사우디 아부다비에서 한 남성이 '비전 2030' 표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제24차 세계에너지총회가 열리고 있는 사우디 아부다비에서 한 남성이 '비전 2030' 표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감산을 이유로 사우디를 또다시 몰아붙이면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다. 미국의 힘이 서서히 의심받는 상황에서 이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한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동맹 등 30여 개국만 참여한 것은 위험 신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반미 전략적 협력 강화를 선언했고,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실리를 찾아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화를 참고 있다는 해석과 더불어 이번 원유 감산 결정이 지난해만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미국이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0월엔 유가가 배럴당 110~120달러를 돌파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치솟았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불길이 상당 부분 잡힌 데다 유가도 배럴당 80~90달러 선이라 어느 정도의 유가상승은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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