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71채 소실...주민 309명 대피
천년고찰 고산사도 한 때 위기
도·홍성군,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키로
대전·금산 52시간 30분 만에 진화
충남 홍성과 대전·금산 경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축구장 3,000개 넓이의 산림을 태우고 사흘 만에 꺼졌다.
4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쯤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53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 완진됐다. 산림당국은 이날 날이 밝자마자 헬기 20대와 장비 193대, 인력 3,019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전날까지 초속 최대 10m가 넘는 강풍으로 고전했지만, 이날 최대 6m로 약해져 진화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불로 축구장 2,036개에 해당하는 1,454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또 주택 34채와 창고 등 건물 71채가 불에 탔고, 주민 309명이 갈산 중·고등학교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전날 오후 10시 쯤에는 보물 399호 천년사찰 고산사 대웅전 200m 앞까지 불길이 근접하면서, 강한 바람에 불티가 대웅전까지 튈 수 있는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현장에 있던 홍성군 공무원과 군인, 소방관 등의 필사적인 진화 노력 끝에 이날 오전 1시쯤 고산사로 번지는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정부에 홍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특별재난지역은 화재 등 대형 재난 지역의 효과적인 수습과 복구를 위해 정부 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대통령이 선포한다. 지역대책본부장이 관할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과 관련한 조치나 수습을 위해 중앙대책본부장에게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주택 피해와 공공시설 복구비,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간접 비용 등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홍성 산불 현장을 찾아 "눈으로 보더라도 피해가 심각하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대전 서구 산직동과 금산군 복수면에서 2일 낮 12시 19분쯤 발생한 산불도 이날 오후 4시 40분 완전히 진화됐다. 산림당국은 이날 헬기 20대와 장비 148대, 인력 1,968명을 투입해 불길을 잡았다. 축구장 1,053개 넓이인 산림 752㏊가 불에 탔다. 또 민가와 암자 등 건물 3채가 소실됐고, 신대리 납골당 묘지 130여기가 탔다. 주민 650여명이 인근 복지관 등으로 대피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산림당국은 잔불 정리를 마치고, 정확한 산불 발생 원인과 피해면적 등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현장의 산불이 재발되지 않도록 잔불 진화와 뒷불 감시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산림과 인접한 100m 이내 지역에서는 화기 취급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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