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구조네트워크, 진도군 개농장서
천연기념물 예비등록견 9마리 발견
지난달 14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전남 진도경찰서와 전남 진도군 고군면의 개농장 2곳을 방문해 부모견이 천연기념물 진돗개이지만 아직 심사를 받지 않은 예비 등록견 9마리를 발견했다. 이 중 1마리는 천연기념물 진돗개 심사위원의 소유였다. 예비견은 2개월령 때 전자칩을 삽입한 뒤 '진도개혈통일원화시스템'에 등재되고, 6개월이 지나면 천연기념물 심사자격을 얻는데 이번에 식용 개농장에서 발견된 것이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부대표는 "개농장 1곳에서는 무허가 개 도축 시설이 발견돼 79마리의 진돗개가 격리 조치됐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문화재청이 진돗개 등록두수를 기존 4,000마리에서 500마리로 줄이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여전히 예비견과 심사 탈락견에 대한 보호 방안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부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20년 1월 진도군 개농장에서 천연기념물 진돗개 4마리와 예비견 7마리가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 '천연기념물 축양동물 관리지침'을 제정∙고시했다. 이 관리지침은 2025년 3월까지 효력을 갖는다.
외모만으로 평가되던 진돗개, 사육환경 기준 추가
그동안 천연기념물 진돗개는 혈통과 표준체형으로만 평가됐다. 표준체형 기준을 보면 '정면에서 볼 때 이마는 넓고 귀 사이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뒷다리 정강이는 140~150도로 알맞은 각도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등으로 애매하다. 이 때문에 천연기념물 심사는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 더욱이 심사에 떨어진 개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진도군 밖으로 반출해야 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는 반출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진돗개 농가들은 반출 절차를 밟는 대신 '쓸모'가 없어진 개들을 개농장으로 팔아 넘겼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 제정된 관리지침에는 천연기념물 심사 기준에 사육환경 조건을 추가했다. 심사 시 사육농장을 방문한 심사위원이 동물보호법에 준거해 사육환경을 평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철창)에서 길러졌어도 외모만 부합하면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게 됐다. 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동물 등록만 하면 진도군 내에서 기를 수 있도록 했다.
관리지침상 등록두수도 4000마리→500마리로 크게 줄여
문화재청은 또 관리지침상 천연기념물 등록두수를 크게 줄였다. 관리지침 제5조는 '축양동물의 보호지구 내 혈통 및 표준체형에 부합하여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진도개는 500두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기존 지침에서 '전남 진도군 내 진도개 적정사육두수는 1만 마리, 천연기념물로 등록한 개는 4,000마리 이상'으로 돼 있던 것보다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진도군의 진돗개 실태조사 결과가 반영됐다는 게 문화재청 측의 설명이다. 2021년 12월 기준 623가구에서 1,609마리를, 지난해 8월 기준 481가구에서 1,208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예상보다 크게 적은 숫자로 그만큼 천연기념물 등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침 변경은 천연기념물 등록두수를 많이 유지할수록 예비견이나 탈락견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폐해가 크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관계자는 "그동안 진도군 내 진돗개 사육현황 및 반출입을 관리하기가 어려웠다"며 "신규 등록 수를 감소시킴으로써 전체 등록 수를 점차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예비견·탈락견에 대한 보호조치는 전무
동물단체들은 천연기념물 등록 수를 줄인 것은 환영하지만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예비견이나 탈락견 보호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은 예비견이나 탈락견이 아닌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개에게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진도군 진도개축산과 관계자도 "모든 개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만 관리하자고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2020년 1월 진도군 개농장 사건 이후 관리지침이 개정됐음에도 1년 5개월 만에 같은 사건이 반복됐다"며 "예비견과 탈락견은 천연기념물 선정 과정에서 나오는 개들임을 감안할 때 적절한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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