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금오름 분화구 내 돌탑
양서류 서식지 훼손 논란
“무심코 쌓아올린 돌멩이 하나가 맹꽁이 생명을 위협합니다."
수년 전부터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명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이 몰려 오름 훼손 논란이 일었던 제주 금오름이 이번에는 양서류 서식지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관광객들이 금오름 분화구 내 돌탑을 쌓기 위해 무심코 돌멩이들을 옮기면서, 분화구에 살고 있는 맹꽁이 등 양서류가 햇볕을 피할 그늘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피부 호흡을 해야 하는 양서류는 피부가 항상 촉촉해야 공기 중의 산소가 녹아 체내에 공급될 수 있으므로 물과 가까운 곳이나 숲이 우거진 곳에 산다”며 “하지만 금오름 분화구 내부에는 그늘이라 할 수 있는 식생이 없어 화산송이가 양서류의 유일한 그늘막이 된다. 하지만 탐방객들이 습지 주변에 널려있는 돌들을 주워 무심코 쌓은 돌탑이 양서류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양서류는 먹이사슬에서 하위 소비자와 상위 소비자를 연결하며, 물 생태계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뭍 생태계로 옮기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며 “이처럼 양서류는 물과 뭍 생태계의 건강성을 대변하는 생물로서 그 보호 필요성과 가치는 높다”고 주장했다.
금오름에는 산 정상부 52m가량 깊이의 분화구가 있고, 그 안에 ‘금악담’이라고 불리는 화구호 습지가 있다. 금악담에는 유기물이 풍부해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를 비롯해 제주도룡뇽, 큰산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가 서식한다. 최근 이곳에서 맹꽁이 330여 개체와 10만 여개의 맹꽁이알이 확인됐다고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탐방객 증가에 따른 금오름 훼손 문제가 지적됐지만, 제주도는 금오름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오름 관리를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며 “하지만 법정보호종을 비롯한 생태계의 심각한 훼손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는 이제라도 긴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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