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법부 무력화' 입법 연기 결정 이어
'총리 비판 연설'로 경질된 장관 해임도 유보
사실상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사법 정비'를 추진했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관련 입법을 연기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한발 더 물러섰다.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경질하기로 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해임을 일단 유보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법 정비 입법을 올여름으로 미룬 데 이은 '2보 후퇴'인 셈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안보 상황을 고려해 네타냐후 총리는 국방장관에 대한 결정을 추후에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총리실이 거론한 ‘안보 상황’과 관련, 전날 시리아 쪽에서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상공에서 요격된 무인기와 관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무인기가 이란제임을 확인했다.
이번 발표는 그동안 ‘독불장군’처럼 사법 정비를 밀어붙였던 네타냐후 총리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앞서 갈란트 장관은 지난달 25일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정당(리쿠드당) 소속임에도 불구, 예비군들이 ‘사법 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무력화’라며 훈련 거부 등으로 반발하자 우파 연정의 사법 정비 입법을 공개 비판했다. 그러자 이튿날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장관을 해임한다고 밝혔고, 이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수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사법 개혁 반대’를 외치고, 노동계·대학가·의료계는 물론, 외교관들마저 총파업을 선언하자 화들짝 놀란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7일 입법 연기를 선언했다. 갈란트 장관에 대해 공식적인 해임 통보도 하지 않았다.
이날 발표 문구는 ‘해임 연기’였으나, 실질적으로는 ‘해임 철회’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하레츠신문은 “정계 소식통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갈란트 장관을 해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유력한 근거도 있다. 유대 명절인 유월절을 앞둔 3일, 네타냐후 총리가 갈란트 장관과 함께 군부대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장 중요한 건 군이 정치에 흔들리지 않고, 이스라엘 방위를 위해 뭉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갈란트 장관도 “적의 총탄은 도시 출신과 산골 출신을 차별하지 않는다. 전장에서 우리는 모두 똑같다. 적에 맞서 똘똘 뭉쳐야 한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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