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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보여준 실리외교…불편해도 다극화에 대비해야

입력
2023.04.05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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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의 2일 기습적 추가 감산 결정은 우리 경제에 걱정을 안겼다. 연말까지 도합 세계 수요의 4%에 달하는 감산 예고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정치적 부담 탓에 미뤄둔 에너지요금 인상이 압박을 받게 됐다. 상승률이 4%대 초반까지 둔화된 소비자물가도 반등할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이번 감산이 우리 외교에 시사하는 바도 결코 가볍지 않다. 중동 맹주이자 미국 동맹인 사우디가 미국의 강력한 반대를 연거푸 물리쳤다. 서방의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 제재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부담에도 러시아가 포함된 OPEC+ 차원에서 감산을 단행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가스 거래를 매개로 중국과 부쩍 밀착하고 있다. 중동 전반의 독자노선에 발끈하던 미국도 결국 전통적 우방 관계를 강조하며 한발 물러섰다.

주요 2개국(G2) 미중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했지만 주요국들은 이처럼 특정 진영에 묶이지 않고 국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양극체제' 대신 '다극체제'를 상정해 다자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중동에선 사우디가 '앙숙' 이란·시리아와 외교관계 회복에 나섰다. 중국과 브라질은 각자 우크라이나전 휴전 회담 중재역을 자임하고 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맹주인 브라질·남아공의 대중 교류 강화도 주목된다.

'자유세계' 진영도 다르지 않다. 일본 외무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대중 포위가 아닌 인게이지(관여) 행보를 보였다. 유럽에선 지난달 스페인 총리에 이어 오늘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정상회담차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우크라이나전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되 외교에선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유럽 국가들의 공통 행보다.

이에 비해 한국 외교는 한미일 공조 강화에 치우친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는 북핵이라는 실존적 위협이 있어 동맹·우방과의 군사안보 협력 강화를 우선시해야 할 사정이 있다. 그럼에도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고 대결보다 협력을 앞세우는 현실적 실리외교 추세와 너무 동떨어지면 곤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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