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공보문 게재
크리스토퍼 안, 미국서 인도 재판 중
재판부, 변호인·검찰 입장 모두 확인…결정 남아
2019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에 대해 북한이 스페인으로 넘기라고 미국에 요구했다. 지난 1월 관련 공판이 진행된 이후 변호인과 검찰 측 의견서를 확인한 판사가 안씨에게 유리한 판단을 할 것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공개 요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은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공보문에서 "미국은 마땅히 에스빠냐왕국 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하여 공식 사죄하고 보상하여야 하며 사건에 가담한 모든 범죄자들을 체포하여 즉시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반북한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의 일원이다. 안씨를 포함한 자유조선 회원 9명은 당시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하고 폭행한 뒤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이동식 메모리 등을 탈취해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안씨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씨가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시점에 김씨의 아들 김한솔을 제3국으로 탈출하도록 도운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졌다.
북한대사관은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서 발생한 미국인의 북한대사관 습격 행위가 미국에서도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난 1월 미국 재판부 의견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사관은 "외교특권과 특전이 적대국 외교성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미국의 주장은 그야말로 날강도적이며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존엄에 대한 명백한 무시"라고 비판했다.
이날 북한 측은 안씨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이 임박한 상황을 고려해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이나주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은 안씨의 신병을 스페인으로 넘기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안씨 측은 송환될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미국 보안국을 상대로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했다. 현재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을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의 페르난도 애닐로차 판사는 지난 1월 안씨에게 30일 이내, 검찰은 안씨 측 입장을 확인한 후 30일 이내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밝혔다. 양측은 재반박 문건을 포함한 의견서를 모두 제출했고, 현재 절차는 판결 또는 재판 속개 여부를 정하는 재판부 결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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