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라살림 결산
1인당 채무 2077만 원
지난해 국가 자산이 재작년보다 30조 원 가까이 줄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투자 손실이 40조 원을 훌쩍 넘은 탓이다. 국가 자산 감소는 2011년 재무 결산 시작 이래 처음이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ㆍ의결했다. 국가결산은 세입ㆍ세출과 재정, 국가채무 등 한 해 나라살림 결과를 확정하는 절차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자산 총액은 2,836조3,000억 원으로 2021년보다 29조8,000억 원(-1.0%) 감소했다. 도로ㆍ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이 11조9,000억 원 늘고 토지ㆍ건물 등 일반유형자산도 10조 원 증가했지만, 단기 매매 증권 같은 유동자산과 만기 보유 증권 등 투자자산이 각각 51조7,000억 원(-9.1%), 19조1,000억 원(-1.6%) 빠졌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이 늘어 순자산(자산-부채) 규모가 줄어든 적은 몇 번 있지만, 자산 총액이 쪼그라든 것은 2011년 재무 결산 도입 이래 11년 만에 최초다.
지난해 주식ㆍ채권시장 동반 하락 등 투자 환경의 이례적 악화로 국민연금기금 등이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이에 따라 공적연금기금이 보유한 유동ㆍ투자자산이 크게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손실 규모는 △국민연금이 41조7,000억 원으로 가장 크고, 이어 △사학연금 1조5,000억 원 △공무원연금 1조3,000억 원 △군인연금 1,000억 원 순이다. 작년 국민연금이 기록한 연간 수익률 -8.22%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재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운용 역량 강화와 투자 다변화 대책을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증가폭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예년처럼 부채도 늘었다. 1년 전보다 130조9,000억 원 커진 2,326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 잔액 증가(84조9,000억 원) 및 연금충당부채 증가(43조2,000억 원)가 주요 원인이다. 연금충당부채는 정부가 향후 70년 이상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산출한 결과다.
자산 감소와 부채 증가가 겹치며 순자산은 급감했다. 160조7,000억 원(-24.0%) 줄어 510조 원이 됐다. 감소 자체가 드문 일이 아니고 역대 최대였던 증가폭(32.7%) 덕에 이례적으로 불어난 2021년 순자산 규모(670조7,000억 원)의 영향도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작년 순자산 감소폭은 재무 결산 도입 이후 최대다.
중앙ㆍ지방정부 채무 합산 금액인 국가채무는 작년에 1,000조 원대로 올라섰다. 1년 전보다 97조 원 증가한 1,067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49.6%로 1년 전보다 2.7%포인트 올라갔다. 올해 국가채무는 GDP 대비 50.4%인 1,134조4,000억 원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1인당 채무는 2,077만 원을 기록, 2,000만 원 선을 돌파했다. 국가채무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3월 인구 수인 5,141만4,281만 명으로 나눠 얻은 값이다. 국가채무는 연금충당부채 등 미래 재정 부담 요인까지 포함한 국가부채와 달리 이미 발생한 부채를 가리킨다.
관리재정수지 117조 적자… 잉여금 잔액 3조
작년 정부의 총수입은 617조8,000억 원, 총지출은 682조4,000억 원으로 두 값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는 64조6,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재작년(30조5,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적자폭이다. 사회보장성기금 수지(52조5,000억 원 흑자)를 제외해 재정 상황을 더 냉정하게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17조 원 적자였다.
일반회계상 세계잉여금은 6조 원이었다. 지방교부세를 정산하고(4,000억 원) 공적자금(1조7,000억 원)과 채무(1조2,000억 원)를 갚은 뒤 세입에 잡힌 금액은 2조8,000억 원이다. 국채 발행 없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재원으로 잡을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이 정도다.
국가결산 보고서는 감사원 결산검사를 거쳐 5월 말 국회에 제출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