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사이트 직원 구타해 살해 후 유기
징역 17년 주범에 책임 미뤘지만 중형 선고
태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프로그래머 살해 사건의 주범 김모(33)씨가 2015년 4월 5일 베트남 호찌민 떤션넛국제공항에서 강제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태국 파타야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직원을 때려 숨지게 한 '파타야 살인 사건' 공범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최경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윤모(40)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태국에서 이미 징역 4년 6개월을 복역한 점을 산입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2015년 11월 파타야에서 주범 김모(39)씨와 함께 한국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임모씨를 야구방망이 등으로 수차례 때려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임씨를 불법 사이버 도박 사이트 관리시스템 개발자로 고용했지만, 회원 정보 등을 빼돌린다고 의심해 상습 폭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사건 직후 태국 현지 경찰에 자수했으며 2016년 현지 법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1년 태국 국왕의 사면으로 출소해 외국인추방대기소에서 지내다 지난해 4월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씨가 김씨와 함께 피해자를 살해했는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김씨와 윤씨는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서로에게 범행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윤씨는 법정에서 "김씨가 주도한 폭행에 가담한 것은 맞지만 그 정도가 가벼웠고,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윤씨와 김씨가 함께 피해자의 온몸을 무차별 구타했고, 피해자는 폭행으로 인한 뇌부종 등으로 사망했음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후에도 생명을 지키려는 조치 없이 숨길 장소를 찾는 데만 급급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범 김씨는 사건 직후 베트남으로 도주했으나 인터폴 적색수배와 공조수사로 2018년 4월 국내로 송환됐다. 김씨는 1심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