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차량 특정 후 4시간 지나 전국 수배
관할서장·서울청장 7시간 뒤 첫 보고받아
뒤늦게 "미흡했다"… 경찰청, 감찰도 고려
서울 강남 납치ㆍ살해 사건의 경찰 초동 대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초기 대응에 문제가 없다던 경찰은 범행 차량 수배 등록이 4시간 늦어지고, 지휘부 보고도 사건 이튿날 한 것으로 드러나자 뒤늦게 과실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수서경찰서는 납치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에서 약 1시간이 지난 30일 0시 52분쯤 범행 차량을 특정했다. 그러나 전국에 공유되는 수배차량등검색시스템(WASS)엔 신고 4시간여 후인 오전 4시 53분에야 차량 번호가 입력됐다. 피의자 일당이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0시 12분)한 지 4시간 41분이 흐른 시점이었다.
3일 WASS 운영 규칙에 따르면, 수배 입력이 필요할 경우 평일 낮에는 부서장 승인이 필요하지만, 심야시간대엔 경찰서 상황관리관이 사건 담당자의 요청으로 등록할 수 있다. 사후 보고도 가능하다. 긴급 상황에서 현장 경찰에게 재량권을 부여하자는 취지인데, 이번 사건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울 한 경찰서의 112종합상황실 관계자는 “용의 차량을 전국에 수배하는 작업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며 “급박함을 다투는 납치사건에서 수배가 왜 바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당시 “엄마가 휴대폰을 빼앗기고 쫓기는 것 같다” 등 유사 납치 신고 2건이 접수돼 동일 사건 여부를 파악하느라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해당 신고는 오전 2시 12분쯤 종결됐다. 수서서 관계자는 “입력을 빠르게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 문제가 됐던 ‘보고 난맥상’도 여전했다. 관할 책임자인 백남익 수서서장은 납치 다음 날인 30일 오전 7시 2분,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오전 6시 55분 첫 보고를 받았다. 사건 발생 7시간이 지나 늑장 보고된 탓에 피의자들이 납치ㆍ살해에 이어 시신 암매장(오전 6시)을 끝낼 때까지도 지휘부는 까맣게 몰랐다.
경찰은 천재지변, 살인 등 지휘계통(심야의 경우 상황관리관)으로 즉시 보고해야 하는 사건을 17개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납치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지휘부 보고는 주로 당직 간부 등 현장에서 판단해 결정한다”며 “보고가 되지 않아도 상황실 계통으로 전파가 이뤄져 공조체계에 큰 혼선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보고 지연 등에 대해 감찰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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