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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우향우' 바람, 핀란드도 집어삼켰다… '최연소 총리' 산나 마린 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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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우향우' 바람, 핀란드도 집어삼켰다… '최연소 총리' 산나 마린 실각

입력
2023.04.03 20: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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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우파' 국민연합당 10석 늘어... 제1당 '우뚝'
2위 자리 지킨 핀란드인당 '극우 인기'도 재확인
물가상승 등 압박에 사민당 3위... 재집권 실패

2일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를 확인한 페테리 오르포(가운데) 국민연합당 대표가 수도 헬싱키에서 손을 들어 올리며 자축하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2일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를 확인한 페테리 오르포(가운데) 국민연합당 대표가 수도 헬싱키에서 손을 들어 올리며 자축하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유럽에 불고 있는 '우향우' 물결이 핀란드도 집어삼켰다. 2일(현지시간)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중도우파 성향 국민연합당이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에 승리를 거두고 제1당 지위를 꿰찬 것이다.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극우 성향 핀란드인당은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프랑스와 스웨덴, 이탈리아 등에서 드러난 우파 정당의 약진이 핀란드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이로써 사민당의 산나 마린(38) 총리는 재집권에 실패하게 됐다. 4년 전 34세 나이로 총리에 오른 그는 '세계 최연소 여성 정상'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적절한 대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입 등의 성과를 냈지만 경제난 가중, 반이민 정서 등이 키운 '우파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제난 등에 무릎 꿇은 좌파 정부... 우파, 4년 만의 '귀환'

핀란드 언론 헬싱긴사노마트 등에 따르면, 이날 총선에서 국민연합당은 득표율 20.8%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핀란드인당(20.1%)과 사민당(19.9%)이 뒤를 이었다. 전체 200개 의석 중 이들 정당은 각각 48석, 46석, 43석을 차지하게 됐다. 페테리 오르포 국민연합당 대표는 "대단한 승리"라고 자축한 뒤, "연립정부를 꾸리기 위해 모든 정당과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과 비교할 때 국민연합당은 10석을(38석→48석), 핀란드인당은 7석을(39석→46석) 각각 추가 확보했다.

반면 사민당은 3석을 늘리는 데 그쳤다. 사실상 완패인데, 경제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린 총리 집권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64%에서 73%까지 올랐는데, 야권에선 이를 '부실 재정'이라며 집중 공격을 해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한 물가상승도 유권자 표심을 좌우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핀란드의 물가상승률은 7.1%로 유럽 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선 높지 않았으나, 서민 경제가 순식간에 악화하면서 집권당에 대한 불만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민생고 탓에 좌파 정부가 추구하는 복지, 인권, 기후 등 가치가 외면받았을 가능성도 크다.

특히 마린 총리가 개인적으로 참석한 파티 영상이 유출되는 등 구설에 휘말린 것도 중도·보수층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감점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마린 총리는 "선거 결과는 민주주의의 뜻"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2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헬싱키=로이터 연합뉴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2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헬싱키=로이터 연합뉴스


'씁쓸한' 중도좌파... 스웨덴·이탈리아 등 '우향우' 바람

사민당뿐 아니라 다른 중도좌파 정당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앙당(4위)은 지금보다 8석 감소한 23석을, 녹색동맹(5위)은 7석 줄어든 13석을 각각 얻는 데 머물렀다. 좌파동맹(6위)도 지난 총선 결과보다 5석 적은 11석만 확보했다.

사민당이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연합당과 핀란드인당의 우세가 점쳐지자, 중도좌파 성향 유권자들이 '그래도 승산이 있는' 사민당에 표를 몰아준 결과라는 것이다. 현지 언론인 '헬싱긴사노마트'는 "마린 총리의 개인적 인기가 당 전체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제2당 위치를 지킨 핀란드인당이다. 핀란드 내 극우 정서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게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유럽 내 많은 국가들에서 극우 정당 및 정치인들이 반이민 정책, 유럽연합(EU) 탈퇴 등을 내세우며 입지를 다진 것과도 맞닿아 있는 현상이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형제들' 승리로 '100년 만의 극우 성향 정부'가 탄생했다. 스웨덴에서도 '스웨덴민주당'이 제2당으로 등극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이 보수 정당 공화당을 제치고 우파 대표로 자리 잡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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