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있습니다."
1월 31일 광주광역시 한 음식점에서 열린 강기정 광주시장 기자간담회. 식사를 하던 강 시장은 "복합 쇼핑몰 유치가 지역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광주에 복합 쇼핑몰이 몇 개가 필요한지 등을 광주시에서 (분석) 조사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순간, 숟가락을 들던 기자들은 잠시 식사를 멈추기도 했다. 전날 강 시장이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강 시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복합 쇼핑몰 입점에 따른 상권 분석도 하기 전에 중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니 상생 대책부터 세우고 복합 쇼핑몰을 결정하라는 논리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하루 사이에 강 시장이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은 터라, 곧바로 후속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광주시 공무원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냐, 아니면 전문가들과 함께 별도 전담팀을 구성해 (분석)하는 것이냐?" 그러자 강 시장은 겸연쩍은 웃음을 짓더니 "(그것은) 다음에"라며 얼렁뚱땅 넘어갔다.
그렇다면 강 시장 말대로 실제 복합 쇼핑몰과 관련한 지역 상권 영향 평가는 이뤄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올시다"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7월 복합 쇼핑몰 유치를 위한 신활력행정협의체를 구성하고도 아직까지 복합 쇼핑몰 개설에 따른 지역 상권 영향 분석 및 평가 작업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복합 쇼핑몰이 어디에 들어설지 결정되지 않아서 상권 영향 평가를 하기 어렵다"며 "광주에 입점할 복합 쇼핑몰 내부 콘텐츠(판매 품목 및 업종 구성)도 알 수 없어서 상권 영향 평가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시장이 두 달여 전 기자들 앞에서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광주시가 상권 영향 평가 미실시 이유로 복합 쇼핑몰 입점 부지 및 콘텐츠 미확정 등을 거론한 것도 석연찮다. 북구 옛 전방·일신방직 공장 부지에 복합 쇼핑몰 '더현대 광주(가칭)'를 설립키로 한 현대백화점은 이미 지난해 11월 말 신활력행정협의체 전체 회의에서 복합 쇼핑몰 개발 콘셉트와 공간 구성 및 핵심 상품기획(MD) 유치, 지역 사회 상생 방안 등을 내놓았다. 신세계프라퍼티도 지난해 말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 부지에 복합 쇼핑몰을 짓겠다고 광주시에 제안서를 냈고, 광주시는 이를 근거로 기존 사업 공모 방식을 제삼자 제안으로 바꿔 신세계프라퍼티에 최초 제안자 자격을 부여했다. 특히 사업시행자인 광주시도시공사는 최근 신세계프라퍼티가 제출한 제안서가 적정한지를 따져보는 검토 용역 입찰 공고까지 냈다. 이런 상황에서 더 현대 광주에서 직선거리로 500여 m 떨어진 광주신세계백화점도 신축 확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복합쇼핑몰광주상인대책위원회 측은 "강 시장이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과 복합 쇼핑몰 입점 사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중소상인들의 불안감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강 시장은 당장 지역 상권 영향 평가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사실 복합 쇼핑몰 입점에 따른 지역 상권 영향 평가 실시 여부는 강 시장 결단에 달렸다. 광주시는 지난해 3월 관내 대규모 점포 및 준(準)대규모 점포 개설이 주변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하고 그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상권 영향 평가 조례'를 제정했다. 유통 산업 균형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이 조례는 유통 사업자로부터 대규모 점포 개설‧변경 등록을 받는 관할 관청이 상권 영향 평가를 요청하거나, 광주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상권 영향 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상권 영향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호월드상가총연합회 관계자는 "복합 쇼핑몰 입점과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은 누군가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유통 대기업들이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를 제출해 상권 영향 평가를 실시할 만한 조건이 갖춰졌는데도 광주시가 입점 효과만 홍보할 뿐 상권 영향 평가 사업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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