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당국 압박에 주담대 3%대
연체율은 계속 올라... 부실위험 경고등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1년 만에 다시 3%대로 내려앉았다. 시장 금리가 떨어지고, 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를 내리면서다. 그러나 지난 1년 반 동안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역풍은 시차를 두고 서서히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혼합형(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6~5.856% 수준이다. 지난달 7일(4.66~6.43%)에 비해 금리 하단이 1%포인트 급락했다. 시중은행 주담대 혼합형 금리가 3%대에 진입한 건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 만이다.
①대출 금리를 끌어내린 건 금융채 금리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신용등급 AAA) 금리는 지난달 2일 4.564%에서 31일 3.953%까지 낮아졌다. 특히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기점으로 안전 자산 선호가 커지고, 국내외 긴축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채권 투자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내려간다.
여기에 ②은행들의 가산금리 인하 경쟁도 일조했다. 최근 주요 은행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순회 방문에 맞춰 상생금융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3년 후 금송아지가 아닌 당장 마실 물 한 모금이 필요하다”는 이 원장의 압박에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인하’는 아예 기본에 포함됐다. 주담대 금리의 경우 KB국민은행은 0.3%포인트, 신한은행 0.4%포인트, 우리은행은 최대 0.7%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간 누적된 금리인상 충격이 이제야 연체율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4%에서 연말 0.07%까지 올랐고, 올해 2월 0.09%를 찍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한 가계와 기업이 다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로 확대해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2021년 말 0.52%였던 가계대출 연체율이 점점 늘어 올해 말 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2020년 4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부실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금리 변수도 여전하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연체율을 주의 깊게 보면서 금리안정 조치를 계속하고 있어 대출금리가 다시 가파르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나 유럽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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