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전문의 46%가 활동 안 해, 소아과는 51%
"의료 취약지에 공공클리닉 만들어 활동하게 해야"
"활동할 의사 이미 진료 중, 생산성 따져야" 반박도
의사 부족으로 소아과 진료 공백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만 65세 이상 소아과 전문의의 절반 이상은 의사로서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통계가 나왔다. 다른 과목도 만 65세 이상 전문의의 절반 가까이가 쉬는 상황이다. 당장의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만 65세 이상 전문의 1만7,245명 중 46.2%인 7,972명은 의사로서의 활동을 쉬고 있다. 이들은 면허는 있지만 의료기관 근무가 확인되지 않는 의사다.
내과계는 만 65세 이상 비활동 전문의의 비율이 48.5%로 절반에 가까웠다. 내과계에서도 최근 문제가 된 소아청소년과(51.1%)는 절반 이상이 진료를 보지 않았다. 가정의학과의 비활동 비율은 68%로 내·외과계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외과계의 비활동 비율은 42%였다. 내·외과계 중 산부인과(49.7%), 흉부외과(48.4%), 신경정신과계열(45.2%), 외과(44.8%) 등 필수 과목의 비활동 비율도 40%를 넘었다.
"비활동 시니어 의사, 중증 말고 흔한 질환자 관리하게"
의사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소아과 등 전공의가 기피하는 과목은 당장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병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이들을 지역 내 1차 의료를 보완하는 데 활용하자고 제시한다. 고령이라 환자를 볼 체력이 떨어지는 탓에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 과목 대신, 감기·배탈 등 흔한 질환이나 만성질환자들을 관리하면 환자의 상태 악화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역 공공클리닉'을 만들고 시니어 의사를 연결하면 지역 내 공공의료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꼭 전문의가 진료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은 공공클리닉을 만들어 묶어서 관리하면 1차 의료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40·50대부터 은퇴 후 의사가 지역에 돌아가 활동하게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들도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도 은퇴한 시니어 비활동 의사가 취약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연결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니어 의사도 이미 대부분 활동하고 있다는 반박 의견도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지난해 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를 보면 60세 이상 의사 약 2만 명 중 70%가 진료 중인데, 이는 활동할 수 있는 의사 대부분이 이미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나이를 세분화해 분석할 필요가 있고,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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