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신임 고대 총장 인터뷰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이 소신
기후변화, 감염병, 인공지능 등 인류 당면 과제 연구 강화할 것"
"제 소신 중 하나가 '우문현답'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죠."
지난달 1일 취임한 김동원(63) 고려대 신임 총장은 자타공인 현장형 리더다. 스스로 현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 내고 문제의 해법 또한 현장에서 찾는다. 총장 후보 시절을 포함해 그가 만난 학생, 교수,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메모한 수첩만 10권이 넘는다.
그가 총장 취임 후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낸 대표적 사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인원 제한을 없앤 것이다. 당초 하루 600명씩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편성돼 있었는데, 김 총장이 사업 첫날 아침 직접 학교 식당을 찾아가니 학생들이 한없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는 "기껏 줄을 섰다가 아침밥도 못 먹고 돌아서는 학생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최소한 학생들의 아침 식사 정도는 학교가 책임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산은 고려대 동문들의 소액 기부 캠페인인 'KU 프라이드 클럽'에서 충당키로 했다. 김 총장도 매달 5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그는 "직접 식당에 와 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문제"라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 소식이 알려진 뒤 하루에 수십 명씩 KU 프라이드 클럽 가입 문의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난 김 총장은 "위기에 처한 대학 문제의 해법도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이 15년째 동결돼도 일반 국민들은 관심이 없어요. 대학이 사회를 위한 조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는 학령 인구감소, 등록금 정책 등 대학 재정난에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실과 괴리된 대학'을 문제로 지목했다. 대학이 현실과 밀착해 사회에 좀 더 공헌해야 대중이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론이 우호적이었다면 오랜 기간 등록금이 동결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대학 재정난도 이렇게까지 악화하진 않았을 거란 자기반성이다.
김 총장은 "고려대의 연구 역량을 인류가 당면한 난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라며 "환경 및 기후변화 연구소, 감염병 연구를 위한 백신혁신센터, 윤리적인 인공지능(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 기반 마련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스웨덴 웁살라 대학 등 4개 해외 대학과 인류 난제해결을 위한 연구기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해법을 강조했다. 평생교육 체제로의 전환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다. 급감하는 인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20대만을 위한 대학은 파산선고를 받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패러다임은 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생애주기형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평생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한 '고려대형 생애교육'을 확립할 계획이다.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해 직접 현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그는 "여름방학부터 동남아, 중동, 남미 등 한류 영향력이 큰 개발도상국에 많이 다니려고 한다"며 "미국이 풀브라이트 재단을 통해 후진국 학자들을 양성, 세계 주도권을 쥐는 데 도움을 받은 것처럼 우리도 이들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대학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의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고려대 연평균 등록금이 약 800만 원인데 경쟁 상대인 미국 상위권 대학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등록금 규제를 포함한 대학 규제 개혁이 보다 강하고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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