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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대표 주자가 바뀐다… 올봄엔 우아한 '발레'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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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대표 주자가 바뀐다… 올봄엔 우아한 '발레' 어때요?

입력
2023.04.01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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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운동 마치고 SNS 글 올리는 'MZ세대'
헬스·요가·필라테스에서 발레로… 수강생 ↑
남들과 다른 운동 성취감·유년기 경험 익숙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발레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발레를 배우고 있다. 독자 제공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발레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발레를 배우고 있다. 독자 제공

직장인 윤모(31)씨는 직업 특성상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봐야 한다. 목과 어깨가 아픈 건 당연지사.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운동을 결심하고 자세 교정에 좋다는 요가나 필라테스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윤씨의 선택은 ‘발레’였다. 어린 시절 배움의 추억이 남아 있는 데다, 남들과 다른 뭔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도 컸다. 발레 수강 한 달이 지난 지금 만족도는 최상이다. 통증이 줄어든 건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발레 관련 사진과 글을 올리는, 소소한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대기자만 15명"… 발레 학원에 몰리는 2030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선 하루 운동을 마치고 SNS에 일명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태그를 다는 문화가 유행이다. 원래 오운완의 대표는 헬스와 요가, 필라테스였지만 요즘 신흥 주자가 나타났다. 바로 발레다.

31일 취재진이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 주요 도심을 둘러보니 발레 학원 증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발레를 배우려는 젊은 직장인이 늘면서 학원도 덩달아 많아진 것이다. 발레의 주요 수강생이 경제력을 갖춘 2030 여성 직장인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올 2월 강남, 서초구에 등록된 무용ㆍ발레 학원은 83곳으로 2년 전(60곳)보다 23곳 증가했다. 종로구, 중구, 용산구도 같은 기간 11곳에서 24곳으로 두 배 이상 학원이 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오발완(오늘 발레 완료) 챌린지. 인스타그램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오발완(오늘 발레 완료) 챌린지. 인스타그램 캡처

봄이면 운동에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지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거리두기까지 완전히 풀리면서 발레 공부에 더 불이 붙었다. 종로구 유리엘발레스튜디오의 평소 수강생은 100명 안팎이었는데 어느새 150명을 넘어섰다. 하윤채 대표원장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리와 발레에 대한 로망 등이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남의 한 발레 학원 관계자도 “정원이 초과해 대기자만 15명”이라고 귀띔했다.

SNS에서도 발레 노출 횟수가 잦아졌다. 인스타그램에서 ‘#발레’로 검색하면 86만 건 이상의 게시물이 뜬다. ‘#오발완(오늘 발레 완료)’ ‘#발치광이(발레+미치광이 합성어)’ ‘#취미리나(취미+발레리나 합성어)’ 등 발레에 대한 열정을 표출하는 신조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것 몰입, MZ '디깅 문화' 부산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발레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발레를 배우고 있다. 독자 제공

서울 광화문 인근 한 발레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발레를 배우고 있다. 독자 제공

발레를 향한 급격한 관심은 MZ세대의 소비 패턴을 대변하는 ‘디깅(Digging) 문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파다’라는 뜻의 영어단어 디그(dig)에서 파생된 말로 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의 특성을 설명할 때 곧잘 활용된다. 여기에 차별화한 운동을 통해 얻는 나만의 성취감도 발레의 매력 중 하나다. 직장인 김현지(31)씨는 “거울 속 우아한 내 모습을 보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레슨 시간이 너무 기다려진다”고 미소 지었다.

2030 여성들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유년기 향수도 한몫했다. 6개월째 발레를 배우고 있는 장채원(25)씨는 “짧게나마 발레를 연습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0)씨도 “초등학생 때 다니던 학원 중에 2년 정도 레슨을 받은 발레를 가장 좋아해 대학 합격 후 학원부터 등록했다”고 했다.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발레 역시 곧 대중화의 길을 걸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때 요가와 필라테스에 골몰하던 젊은 층이 새로운 것을 찾아 발레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아닌가 싶다”며 “특별한 취미를 존중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개성을 어필할 수 있는 공간도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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