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의회 난입·기밀 유출 의혹 줄줄이
소송의 달인... 이번 대선은 "불투명"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재도전을 앞두고 형사 기소를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난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반대 세력이나 사법당국의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민·형사 사건들이 줄지어 있는 탓이다. 무려 50년간 4,000건의 소송에 대처하며 '맷집'을 키워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 해도, 대권 가도에선 결국 사법 리스크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30일(현지시간) 기소 결정이 난 '성추문 입막음' 사건 관련 혐의 외에도, 미 검찰 또는 특별검사가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옥죄고 있는 사건은 크게 세 가지다. 현직 대통령이었던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州) 개표 개입 의혹을 비롯해 △2021년 1·6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 선동 의혹 및 퇴임 후 기밀문서 반출 혐의 △부동산 개발회사 '트럼프기업'의 회계 조작 등 사기 혐의 등이다. 특히 미 법무부는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해 온 면책특권을 부정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1990년대 유명 칼럼니스트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소송에도 직면해 있다. 지난달 자신과의 인터뷰 오디오북을 발간했다는 이유로 '워터게이트 사건' 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을 고소한 사건, 자신의 거액 탈세 의혹을 제기한 조카 메리 트럼프 등을 상대로 한 손배해상 청구 소송 등 본인이 원고로 나선 사건도 여럿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 일대기를 '소송의 역사'로 채울 수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온갖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곤 했다. 그럼에도 재력과 권력을 이용, 미꾸라지처럼 형사처벌을 면해 왔다. 현직 대통령 시절에도 두 차례의 탄핵 위기를 모면했다. 본인이 직접 법적 싸움을 걸고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대 시절 이후 50년 동안 4,000건 이상의 소송에 원고 또는 피고로 참여했다. 분야도 정치뿐 아니라,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했다. 그의 부동산 기업에서 약 20년간 임원으로 근무했던 바바라 레스는 "트럼프는 고소하는 것을 즐겼다. 늘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믿었고, 항상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WP에 말했다.
그러나 이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첫 기소'라는,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불명예를 안게 됐다. 미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는 이번에도 자신이 '정치적 마녀사냥의 희생자'란 주장을 펴면서 지지 세력 결집에 나서겠지만, 초유의 기소는 그의 대선 행보를 미지의 영역에 밀어넣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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