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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옥과 정원 심미안, 조경에 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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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옥과 정원 심미안, 조경에 접목"

입력
2023.04.01 10:00
수정
2023.04.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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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미 해림조경 대표, '조경명장 1호'가 꿈
조경 모듈화 계획 "나무로 도심에 숨구멍 터주고 싶어"

허정미 해림조경 대표가 자신이 심어놓은 나무 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민규 기자

허정미 해림조경 대표가 자신이 심어놓은 나무 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민규 기자

지난해 12월 경북 군위에 둥지를 튼 허정미(40) 해림조경 대표는 토목설계부터 조경까지 관련 경력만 1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그는 군위에 정착하면서 조경 전문 회사를 차렸다. 허 대표는 "조경이라고 하면 아직도 법정 규정에 따라 대강 나무 몇 그루 심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나무와 정원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어린 시절부터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와 조경의 인연은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통가옥과 정자 등을 방문해 영어로 된 설명문을 옮겨와 이를 공부하는 동아리였다. 학교가 경북 안동에 있어서 공부 재료는 어느 지역보다 풍부했다. 그때 어렴풋이 전통 정원에 담긴 한국적인 미를 인식했다. 대학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진학을 할 수 없었다. 교복을 제때 사 입지 못했을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허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KT에 입사했다.

그는 KT 재직시절 잘나가는 사원이었다. 실적도 우수하고 특유의 서글서글한 성격에다 업무처리 또한 꼼꼼했던 까닭에 우수사원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늘 허전했다. 입사 10년 차에 이르렀을 즈음 토목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오빠가 "환경 쪽 업무를 배우면서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허 대표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사표를 던졌다.

낮에는 토목회사,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니면서 토목 학위를 취득했다. 육아에, 주경야독에 잠잘 시간이 부족했지만 배울수록 신이 났다.

지금은 베테랑이지만 입문쯤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법적 기준 내에서 외관이 멋진 나무만 심으면 될 줄 알고 미적인 부분에만 치중했다가 애를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무가 환경에 맞지 않아 일찍 고사하기도 했고, 몇 년 만에 너무 웃자라서 나뭇가지가 건물을 가리는 바람에 항의가 들어와 난처해진 적도 있었다.

"공부할 게 너무 많아요. 환경적 특성은 물론, 나무를 성향까지 맞춰야 하니까 아이 키우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조경은 나무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쌓아야 한다. 조경공사 후 2년간은 관리를 해야 한다. 나무가 고사하면 공사비가 마이너스가 되기 십상이다. 그는 지난해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을 취득했다. 올해는 조경학 석사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조경 명장에 등극하는 것이 꿈이다. 허 대표는 "우리나라에 조경 명장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조경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이 조경의 가치를 더욱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경산업이 도입된 지 50년이 지났어요. 이 분야는 아직도 건축의 일부 조건으로 보는 시작이 있습니다. 각박한 시대에 나무 한그루에 누군가에는 힐링과 희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멋진 조경으로 삶에 여유를 선물하는 것이 꿈입니다."

전통을 잇는다는 사명감도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전통 가옥과 정원을 탐구하러 다닌 덕에 전통 정원이나 조경이 스며 있는 조상들의 철학과 심미안이 얼마나 깊고 탁월한지 뒤늦게나마 절절하게 깨닫고 있다"면서 "자연을 통해 위안과 활력을 얻었던 우리네 전통을 잇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탓인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도 소나무다.

"사계절 한결같은 자태를 뽐내고, 품종에 따라 모양도 참 다양해요. 자세히 보면 하나같이 잘생겼어요. 소나무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소나무에서 얻는 힐링을 다른 이들에게도 선물해주고 싶어요."

얼마 전부터 전통 정원이나 잘 만들어진 조경의 형태를 모듈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의 조경 샘플을 보고 소비자가 자기 취향에 맞는 조경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예시가 있어야 마음에 꼭 드는 조경을 선택할 수 있잖아요. 기본 틀에 개인적인 취향을 얹어서 나무 한 그루, 꽃 한 포기, 그리고 연못 하나에도 감동이 깃드는 조경을 완성해나가고 싶습니다."


허정미 해림조경 대표가 조경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허정미 해림조경 대표가 조경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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